"언젠가부터 우리 실버타운 노인들이 다 웃음을 잃었어. 지금 완전히 눈물로 살고 있는 거야…."

지난 6일 오후 인천시 서구 경서동(청라국제도시) 인천실버타운에서 만난 A(90)씨는 요즘 한숨으로 하루를 지내고 있다. 실버타운의 경영 상태가 최악에 이르렀다는 소식을 접한 게 작년 이맘때인데 급기야 보증금을 떼일 위기에 처한 것이다. 요양시설인 이곳 실버타운 노인들은 8천만~1억5천만원의 보증금을 내고 입주했다. A씨는 "노인 대부분이 자식들 있는 돈 없는 돈 끌어다가 마련한 보증금으로 입소했을텐데, 지금 경영진이 빚더미에 앉았다고 한다"며 "오늘도 식당 아줌마 5명이 그만뒀는데 운영하는 사람들이 떨어져 나갈까 걱정이다"고 말했다.

지난 1998년부터 운영에 들어간 실버타운의 채무는 어림잡아 150억원이 넘는다. 최초 설립자인 H사회복지법인이 융자를 받아 실버타운을 건립했는데, 곧바로 IMF가 터지면서 악순환이 시작됐다. 전체 채무 가운데 건축비와 관련된 악성채무가 49억원이다. 최근엔 P사회복지법인이 실버타운을 인수받아 경영 정상화를 위해 애쓰고 있지만 회생 가능성이 안보인다는게 경영진의 설명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퇴소를 신청하고도 퇴소하지 못하는 노인들도 속출하고 있다. 전체 84명의 입주자 중 10여명이 퇴소를 원하고 있지만 보증금을 돌려받을 길이 없어 계속 머물고 있다. 이들은 매달 납부해야 하는 생활비 80만원을 보증금에서 떼어가라며 납부를 거부하고 있다.

퇴소 희망자 B(78)씨는 "노후에 편하게 지내려고 들어왔는데 보증금이니 뭐니 다 실종됐다는 얘기에 매일 걱정이다"며 "보증금때문에 어쩔 수 없이 머물고 있다"고 했다.

P사회복지법인은 이미 퇴소한 입주자에게 반환해야 할 보증금 27억원도 지급하지 못한 터라 퇴소 희망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는 것은 엄두도 못내고 있다. 직원들은 구조조정에 따른 정리해고와 임금체불 등의 이유로 최근 노조를 결성하고 지난 2일부터 매일 아침 실버타운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실버타운 1층에 자리한 노인전문병원도 이달부터 휴업에 들어갔다. 경영진은 병원 임대를 추진했지만 인천시는 이를 승인하지 않았다. 병원의 수입이 고스란히 채권자에게로 넘어가는 상황에서 병원을 임대하면 채권자들이 채무 회피를 위해 병원을 임대한 것 아니냐고 따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입원환자와 보호자의 몫이 됐다.

1년째 병원에서 어머니(79)를 모시고 있다는 C씨는 "의사도 모두 철수하고 왕진의사만 몇 번 왔다갔다하고 있는데 어르신 한 분 잘못되면 누가 책임지나"라고 말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인천실버타운은 정부 지원없이 사설 법인이 운영하는 곳이기 때문에 행정관청이 경영문제에 개입할 수 없다"며 "누군가 몇십억원 출연하지 않는 이상 회생이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김민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