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고기 유통 과정이 사실상 법령 근거가 없어 위생점검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초복을 열흘여 앞둔 9일 오후 도내 한 가축시장에서 유통될 수십마리의 개들이 철창안에 갇혀 있다. /하태황기자

경인일보가 단독 고발한 '물주사를 놓은 개고기' 보도를 계기로 개고기 유통에 대한 제도적 점검 요구가 점화되고 있다. 현재 개고기의 도축·유통·판매와 관련한 근거 법은 전혀 없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 찬반 양론은 차치하고 연간 무시하지 못할만한 양의 개고기가 소비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경인일보는 개고기 유통의 실태와 문제점, 논란과 대책에 대해 긴급 진단한다. ┃편집자 주

개에 물주사를 주입해 문제가 된 고양의 개 판매업자가 경찰에 불구속 입건됐다. 혐의는 사기, 수질 및 수생태계보전에관한 법률 위반, 지하수법 위반 등이다. 그러나 업주 배모(50)씨는 경찰에 입건된 이후인 9일에도 버젓이 도축작업을 했다. 무슨 배짱이었을까. 정답은 '개도축을 규제할 관련 법이 없다'이다.

그렇다면 친목회원들과 시골 계곡에서 직접 개를 잡아 보신탕을 끓여 먹으면 어떻게 될까. 역시 적용 관련 법은 없다. 그나마 혐오스런 도축 과정이 있었을 경우 동물보호법으로만 처벌 여부를 따질 수 있을 뿐이다.

9일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개는 현행 축산법 제2조에 따른 시행규칙에 가축으로 명시돼 있고, 가축전염병예방법에도 가축으로 분류돼 있다. 그러나 도축에서 가공·판매 과정에 적용되는 축산물위생관리법 제2조에는 소·말·양·돼지·닭 등 식용을 목적으로 하는 13종류의 동물만이 가축으로 규정돼 있을 뿐 개는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개가 '법외'의 대상이 돼버린 탓에, 도축·유통·판매 행위에 대한 도축업허가·관리·검사·사후감독 등도 적용할 근거가 없는 상황이다.

과거에는 관련 법(당시 축산물가공처리법)에 따라 개를 가축으로 포함해 관리했지만, 88올림픽을 앞두고 세계 여론을 의식해 개를 가축에서 제외했다. 이후 지금까지 관련 법은 정비되지 않았다. 찬반 논란이 거세다보니 정부로서도 기준을 마련하기 조차 어려워 회피해 왔다는 게 정확한 표현일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법적·제도적 장치없이 개고기 유통을 방조하는 것은 정부의 직무유기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식약청에서는 개고기를 처음으로 식품으로 인정했지만, 농림수산식품부에서는 식품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방침을 고수, 부처간 이견을 보이는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식품위생법으로 보면 개고기를 음식물로도 볼 수 있기 때문에 개고기의 유통 과정 자체를 불법으로 규정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보양식으로 개고기를 많이 찾는데다 음식점에서도 버젓이 개고기를 팔고 있지만 단속 등 적용할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조영상·황성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