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복을 열흘가량 앞둔 지난 9일 국내 최대의 개고기 판매지인 성남 모란시장. 아침부터 골목 한 쪽에는 개고기를 구입하려는 사람들이 대목을 앞두고 문전성시를 이뤘다.

이곳에 있는 개고기 도소매 상점들만 100여개. 상점들마다 20~30여마리의 개를 철창에 가둬두고 손님을 기다린다. 50대로 보이는 한 손님이 한마리를 고르자 개장수는 그 개를 끌고 가게 뒤편으로 갔다. 얼마 후 도축된 개가 바로 그 자리에서 손님에게 건네졌다.

10일 성남 모란시장 육견업에 종사하는 상인들에 따르면 이곳에서 매매되는 식용 개만 해도 하루 1천여마리로 대부분 서울·경기 일대 보신탕 집으로 팔려나간다. 모란시장은 전국 개고기 유통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비공식적 집계에 따르면 전국에서 연간 200여만마리가 넘는 개가 소비되고 시장 규모만도 3조원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런 규모임에도 개고기 유통 과정 전반을 관리·책임지는 관련 기관 하나 없다. 개들 가운데 혹시 원인 모를 질병에 걸렸더라도 이를 관리하거나 검사하는 절차가 전혀 없는 셈이다.

축산물위생관리법에 따라 관리되는 소·돼지 등 가축의 경우 도축 과정에서부터 유통 전반에 걸쳐 관련 법에 의해 관리가 된다. 도축은 허가받은 작업장에서 이뤄져야 하고, 수의사 자격을 갖춘 검사관과 축산물위생감시원까지 둬 작업장에서 처리하는 육류에 대해 철저한 위생점검을 하도록 돼 있다.

이에 반해, 국민 2명중 1명가량이 먹고 있다는 개고기는 불법 건축물이나 야산, 사육장, 전통시장 내부 등 비위생적인 공간에서 도축이 이뤄지고 있어 세균 감염 위험이 높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모든 위생 관리가 개도축자의 자율에 맡겨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모란시장 Y축산 대표는 "개고기 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유통을 관리하는 법망이 전혀 없다는 것으로 관련 법 정비에 손놓은 정부의 뒷짐행정이 개고기의 불법 도축과 유통을 조장하는 꼴이 되고 있다"며 "법대로라면 국민의 절반 이상이 범법자가 되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축산물관리위생법에 개가 관리 대상으로 포함되지 않는 한 개고기 유통 과정을 관리할 방법은 없다"고 못박았다.

/조영상·황성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