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석무 / 다산연구소 이사장, 단국대 석좌교수
'절대 권력은 절대로 부패한다', '화무십일홍이요, 권불십년이다'라는 세상에 떠도는 이야기들은 그냥 떠도는 이야기가 아니라 진리에 가까울 정도로 정확하게 맞아떨어지는 말임에 분명하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헌법에 의해 권력은 십년에 이르지 못하고, 5년에 그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권불5년이다'라고 본다면 권력의 무상함은 옛날의 일과 다르다. 상왕의 권력이라던 '영일대군', 최고 권력자의 멘토라던 '방통대군', 차관급이면서도 왕의 지위에 가까운 권력을 지녔기에 '왕차관'이라던 권력자들이 연달아 구속되어 감옥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면서 세간의 이야기가 이렇게 맞아떨어지는 것인지 참으로 신통하기만 하다.

부패했기 때문에 천년의 제국 로마도 힘없이 망해버렸고, 500년의 조선왕조도 부패했기 때문에 망하고 말았다. 부패하면 나라도 망한다던 말도 역시 맞는 말임에 틀림없다. 권불5년인데, 천년 만년 가리라고 위세당당하게 권력을 쥐락펴락하던 그들의 신세가 너무나 허망하게만 보인다. 국가를 대표하여 자원외교를 펼치면서 세계를 누비던 권력, 4대 종편을 허가해 주면서 언론매체를 장악했던 권력, 모든 인사는 왕차관을 거쳐야만 이루어진다던 그런 권력, 그들은 모두 '뇌물'이라는 사슬에 걸려 막강한 권력의 힘을 잃고 옥창의 별빛을 바라보고만 있게 되었다.

한국의 역사는 '뇌물'과 무관한 때가 많지 않았다. 청와대 안방에서 뇌물을 챙겼다고 임기가 끝나자 두 전직 대통령(전씨·노씨)이 뇌물죄로 처벌받은 것을 비롯하여, 대통령 주변의 실세들이 처벌되었던 것이 한두번이 아닌데, 왜 그런 범죄는 그치지 않고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인가. 아버지와 아들은 천륜의 관계다. 대통령의 아들도 뇌물죄만 확인되면 천륜도 어쩌지 못하고 구속시킬 수밖에 없는데, 여타의 친인척이나 실세들이라고 빠져나갈 어떤 길이 있겠는가.

'세상에 완전 범죄는 없다'는 말도 우리가 경험한 바로는 진리에 가까운 말이다. 공직자들의 청렴만이 나라를 바르고 깨끗하게 다스릴 수 있다고 그렇게도 역설했던 실학자 다산 정약용은 그의 '목민심서'에서 명확하게 밝힌 바 있다. "뇌물을 주고받는 행위를 어느 누가 비밀스럽게 하지 않으리오마는 한 밤중에 주고받은 행위라도 아침만 되면 벌써 소문이 쫙 퍼지게 되어 있다(貨賂之行 誰不秘密 中夜所行 朝已昌矣)라고 말하여 뇌물의 수수는 반드시 들킬 수밖에 없다는 경고를 거듭거듭 주장하였다. 권력은 유한하고 뇌물은 반드시 들키게 되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왜 그런 범죄행위는 근절되지 않는 것인가.

이쯤 해서 우리는 새로운 대안을 모색해야 할 단계가 아닐는지. 우리나라가 경제 강국이라고 떠들지만, OECD 가입 34개 국가 중에서 삶의 질이 낮기로는 32번째라니 할 말을 잊을 지경이다. 뇌물의 공화국이요, 부패의 공화국에 다른 어떤 명예가 있을 수 있겠는가. 뇌물죄를 규정한 형법을 손질할 때라는 생각이 든다. 수억원, 수십억원을 받고도 뻔뻔스런 범죄자들은 끝까지 우기는 것이 '대가성'이 없음을 증명하느라 발버둥을 친다는 것이다. 그래서 때로는 재판에서 대가성이 없다는 입증으로 무죄를 선고받아 죄가 없음을 공인받는 경우가 잦다.

이런 해괴망측한 일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을까. 돈을 벌기 위해 사업을 하고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들이 아무런 대가성 없이 그냥 수억, 수십억원을 퍼줄 수 있다는 것인가. 몇백만원이나 몇천만원인들, 그냥 남에게 주는 일이 어떻게 가능하다는 것인가. 어떤 이유로도 권력자나 고위 공직자는 돈을 받을 수 없도록 법을 개정하고, 일단 돈을 받으면 처벌을 면할 수 없다는 조항을 신설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가성을 논하고 따지는 일 자체가 세상을 희롱하고 만인을 웃기게 하는 일임에 분명하다. 가난한 거지에게 몇천원, 몇만원 주는 일도 아깝고 아쉬운데, 부모형제간도 아닌 남에게 거액의 돈을 그냥 퍼줄 수 있겠는가. 이런 법의 맹점 때문에 행여라도 빠져나갈 구멍이 있다고 믿고, 뇌물죄를 저지르는 사람이 속출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나라가 이런 지경에 이르러서도 최고책임자는 입을 다물고 말이 없다. 권력은 유한하고, 절대권력은 절대로 부패하는데, 입만 다물면 문제가 해결된다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