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도심 사립학교인 박문여중·고등학교의 송도국제도시 이전에 대한 결정이 임박했다. 박문여중·고 운영 주체인 천주교 인천교구가 지난달 송도 이전을 신청한 뒤, 지역 주민들은 물론 교육계 안팎에서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인천시교육청은 지역 여론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이전 여부를 조만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 학교 이전만이 대안인가?=박문여중·고는 학교 이전 이유로 학생수 감소와 시설 노후화 등을 내세우고 있다. 박문여고의 경우 2009년 929명에서 올해 865명으로 학생수가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이같은 추세는 2018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설 노후화도 심각하다. 박문여중 이종호 교장은 "시설이 워낙 오래돼 개·보수하는 것도 한계점에 이르렀다"며 "시설도 낙후됐지만 교실이 부족하고 공간이 협소해 당장 '교과교실제' 등을 운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 구도심 공동화, 기우인가? 현실인가?=지역 주민과 시민·사회단체들은 "구도심과 교육의 공공성을 포기하는 것이다"며 반발하고 있다. 동구교육희망네트워크 윤희용 대표는 "학교 등 공공기관이 빠져나가면 도시가 죽게 된다"며 "주거지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교육환경이다"고 했다. 현재 동구에는 초등학교 8곳, 중학교 4곳, 고등학교 4곳(일반 2, 전문 2)이 있다. 정주현(가명·박문여중1)양은 "역사가 오래되고 명문 학교인 박문여중에 입학하고 싶어하는 학생들이 많다"며 학교 이전을 반대했다. 특히 박문여중·고가 이전할 경우 일반계 고교는 '남고'만 남게 된다. 여학생들은 멀리 다른 지역으로 통학해야만 한다.

■ 사립은 되고, 공립은 안되고?=시교육청의 불분명한 잣대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지난해 공립학교인 중구의 제물포고와 인일여고도 송도 이전을 추진했다. 하지만 시교육청은 지역사회 여론 등을 고려해 보류 결정을 내렸다. 같은 여학교인 인일여고 안팎에서는 "사립은 되고, 공립은 안되냐"는 볼멘소리까지 나온다. 인일여고 관계자는 "인일여고의 명성을 되찾고 싶은 열망에서 이전을 계획했다가 원도심 학생들의 교육을 이유로 거절당했다"며 "최근에 갑자기 박문여고가 이전한다고 하니 혼란스럽다"고 했다.

■ 사립학교, 재단의 전유물인가?=박문여중·고 총동문회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동구 주민들을 향해 "지나친 간섭이자 학교의 교육권을 침해하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사학재단은 개인이나 특정 집단의 소유물이 아니다. 인천시의회 교육위원회가 지난 6일 '인천 박문여자중·여자고등학교 송도 이전사업 추진 보류 권고 결의안'을 원안 가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사립학교는 우리 사회 공공의 자산으로, 공교육의 영역안에 있다. 사립학교 역시 시민들이 낸 세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학생들이 낸 입학금과 수업료 등으로 학교를 운영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사립학교에도 교직원 인건비와 학교운영비 등 부족분에 대해 '재정결함보조금'이란 이름으로 예산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물론 학교시설 개선을 위한 보조금도 지원받는다. 박문여중·고는 지난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4년동안 각종 시설공사로 총 10억원이 넘는 예산을 지원받았다.

■ 박문여중·고만의 문제인가?=앞으로도 구도심 학교 이전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이미 구도심에선 다른 학교들도 지역을 떠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하다. 박문여중·고 이전 논란을 계기로 지역사회 전체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동구의회 문성진 의원은 "박문학교가 이전을 보류한다면, 구 차원에서 학교 지원 방안을 모색하기로 집행부와 의회가 의견을 모았다"고 했다.

/임승재·정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