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불교 전문기자가 풀어내는 걷기명상 에세이집이다. 저자가 불교에 입문한 이후로 줄곧 사찰을 다니면서 걸었던 숲길에 대한 이야기를 구수하게 풀어내고 있다. 사시사철 사찰의 숲길은 그 변화무쌍한 모습으로 우리 앞에 다가선다. 봄에 걷는 동백숲길과 꽃길, 그리고 봄바람에 서걱거리는 대숲길. 여름에는 그 푸르름이 한층 더해진 전나무 숲길과 남한강의 시원한 물줄기를 바라보며 걷는 물길, 가을에는 울긋불긋 비단을 수놓은 듯한 단풍길과 금강송길, 겨울에 걷는 눈 쌓인 백담사의 돌탑길과 실상사의 장승길이 펼쳐진다.
10년째 제주를 여행중인 저자는 치유여행을 제안한다. 아무 것도 안 하고 있으면 불안을 느끼는 현대인들은 여행에서조차 현실의 긴장감을 내려놓지 못하고 쫓기듯 다니게 마련이다. 자기 자신만의 느낌과 감정의 소중함을 잊고 남들의 욕망을 자기 욕망인 양 따라하기도 한다. 이 책은 그런 사람들에게 여행을 통해 자신을 온전히 느끼고 마주하며 삶의 휴식을 찾는 방법을 알려준다. 제주의 자연이 주는 평화로움과 치유력에 이끌려 생활자로서 제주를 여행하고 있는 저자의 생생한 경험이 아기자기한 일러스트와 함께 실려 있다.
수년 동안은 도쿄가 일본의 전부라고 여기며 도쿄 여행만 고수하던 저자는 배 타는 재미에 빠져 한동안 후쿠오카를 제 집 드나들 듯하더니 지금은 오사카에 '꽂혔다'. 일본 제2의 도시 오사카는 상업도시답게 다양한 볼거리와 먹거리, 쇼핑거리가 넘쳐나는 곳이다. 저가항공의 등장으로 쇼핑을 좋아하는 여행자에게는 최고의 여행지가 됐다. 오사카만 수십 번을 드나들며 저자가 기록한 알짜 숍 정보가 깨알같이 담겨 있다. 오사카의 대표적인 쇼핑타운과 쇼핑골목을 소개하고 구역별로 포인트 숍을 콕 짚어 상세한 정보를 소개한다.
캠핑인구 120만 시대. 경제불황과 고물가에 시달리고 있지만 여가 생활을 실속있게 보내려는 알뜰한 캠핑족이 늘고 있다. 캠핑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재미 중 하나는 도란도란 모여 앉아 함께 끓여 먹는 야외 음식이다. 자연을 인테리어 삼아 먹는 밥이라면 아빠가 지은 삼층밥과 남은 재료로 대충 끓인 찌개도 맛있게 먹을 수 있다. 그러나 매번 삼층밥과 대충 찌개를 먹어야 한다면 캠핑의 재미는 줄어들 것이다. 이 책은 집에 있는 재료와 양념, 최소한의 캠핑 도구로 초보자들도 맛있는 요리를 만들 수 있는 캠핑 레시피 북이다.
'신이 내린 주둥이'라는 별명을 가진 박민우가 '1만 시간 동안의 남미'에 이어 두 번째 긴 여행을 끝내고 새 책을 출간했다. 500일의 긴 여행을 마치고 5년 만에 펴낸 이 책에는 제법 배낭여행자로서 틀이 잡힌 저자의 모습이 엿보인다. 유럽이나 아프리카에 비해 배낭여행자가 호기심을 덜 느끼는 아시아에서 사람의 마음을 혹하게 할 만한 매력을 찾아냈을까? 저자는 "세계가 바로 옆 동네 같다"고 말하면서도 "진짜 옆 동네조차도 한 번도 빤하게 느껴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결국 어떤 여행지도, 가벼이 지나칠 수 없는 의미가 있는 법이다.
/민정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