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정은 / 계양산한평사기 운동본부
인천시 강화군 길상면 초지리 일대의 매화마름 군락지, 전라도 광주의 무등산, 용인시 대지산, 청주시 흥덕구 산남동의 원흥이 방죽,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이들은 모두 내셔널트러스트운동을 통해 영구 보전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자연유산들이다. 내셔널트러스트운동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기증과 기부를 통해 보전가치가 높은 자연환경이나 문화유산을 확보하여 미래세대까지 영구히 보전하는 운동'으로 현재 인천에서도 이와 같은 운동이 진행 중이다.

인천의 주산이자 시민들의 휴식처인 계양산을 '시민의 힘으로 영구 보전하자'는 의미에서 시작된 '계양산한평사기운동'이 그것이다. 계양산 골프장 반대로부터 시작된 시민들의 계양산 보전운동이 지속적이며 영구적으로 다음 세대까지 보전될 수 있도록 발전한 것이다. 지난해 계양산한평사기운동본부 발족 이후 1년을 맞이하게 되는 본 운동은 지금까지 390명 이상의 개인과 단체, 8천여명의 네티즌이 참여하여 현재 약 4천330여만원의 기금이 모였다. 그리고 현재는 계양산 반디숲조성운동으로 발전해 다른 도심에서는 볼 수 없는 반딧불이가 살고 있는 반디숲을 조성하기 위한 움직임을 갖고 있다.

계양산의 특별함. 그 특별함에 동참하는 시민들의 참여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특정 기업이나 정부의 후원 혹은 상시적인 홍보활동도 없이 이 정도의 기금이 모였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많은 시민들이 계양산의 가치를 인정하고 있고, 보전의 당위성을 인식하고 있는지 충분히 알 수 있다.

현재 인천시는 계양산 골프장 건설 도시관리계획을 변경(폐지)하였고, 인천의 미래상과 장기적인 발전방향을 제시하는 종합계획인 '2025년 인천도시기본계획'에 계양구 다남동과 목상동을 포함한 계양산 일원을 역사 및 산림휴양 공원으로 반영하는 등 종합적인 관리방안을 추진 중이다. 그래서일까. 일부 시민들 중에는 이미 계양산이 공원으로 되는 것이 아니냐며 계양산한평사기운동이 더 이상 무슨 필요가 있느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시의 주도적인 보전의지는 환영할 일이다. 그리고 이러한 성과가 만들어지기까지 많은 시민들이 계양산을 지켜왔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동안 대양개발의 위락단지 조성, 계양산 화약저장고 설치, 계양산 쓰레기소각장 건설, 계양산 골프장 건설 등 1990년부터 끊임없이 계양산 개발논란을 보아왔다.

사실 우리 사회와 같은 현실에서 시민들의 성금을 모금해 보전가치가 높은 자연환경을 지켜내는 것은 불가능하게 보일지도 모른다. 자연을 지켜내기 위해 자신의 주머니를 흔쾌히 열 정도의 기부문화가 높은 것도 아니다. 또한 높은 부동산 가격은 이러한 활동 자체에 위협을 가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운동이 그러하듯 다양한 방법을 통해 시민들의 동의와 지지를 이끌어내야 할 것이다. 계양산 '반디숲 조성'을 통한 '공익적 가치'의 실현, 시민의 힘으로 바로 이뤄낼 수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와 같은 활동을 통해 계양산의 보전이 관철되었을 때, 국가나 자치단체 또는 기업에 귀속되는 것이 아니라 '시민적 소유'의 실현으로 귀결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