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원희 / 한경대 행정학과 교수
지난 3월 27일에 있었던 보령화력발전소 사고는 매우 중대한 우리 사회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건설 현장에서 안전한 공사를 위해 설치한 비계(飛階)가 잘못되어 사고가 발생한 사건이었다. 안전 불감증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이다. 우리나라는 2011년 기준으로 산업 현장 사고 재해자는 8만6천45명으로 이중 2천200명이 사망했다.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이다. 특히 건설 재해는 더욱 열악하다. 2011년에 건설현장에서 2만2천187명이 부상했고, 577명이 사망하였다.

평균적인 개념으로 보면, 국민소득 1천달러 시대에 건물이 무너지면, 1천달러의 손실이 되지만, 2만달러 시대에 건물이 무너지면 2만달러의 손실이 될 것이다. 안전이 담보되지 못하는 성장은 그야말로 모래 위에 성을 짓는 사상누각이다. 이제는 장기적인 국가발전을 위해 우리 사회의 안전 체계를 재설계해야 할 시기이다.

무엇보다 안전을 중시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인명에 대한 존중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이유 없는 총탄에 명분 없이 죽어간 한국 전쟁의 후유증으로, 사고로 인한 사망에 대해 과학적으로 접근하는 노력이 부족했다. 재수가 없었다는 푸념 정도로 용납이 되었다. 그러나 이제는 사람에 대한 존중이 필요한 시기이다. 최근 안전공학을 전공하는 교수 몇 분과 일본을 방문하면서 놀라운 장면을 목격했다. 우리는 공사판에서 일하는 사람을 노가다라고 불렀다. 토목공사 현장에 일하는 인부를 지칭하는 용어이면서 행동이 거친 사람을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의 작업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은 전문직업인들이었다, 첫째, 군인 수준의 제복을 입고 있었고, 안전에 관련하여 안전모, 안전띠, 안전화 착용은 기본이었다. 둘째, 작업장의 안전을 위해 완벽한 시스템 비계가 설치되어 있었다. 셋째 공사 중에 주민에게 불편을 주기 않기 위해 세심한 배려를 하고 있다. 공사장 앞에는 작업 내용, 착공일, 진행 상황, 완공일, 책임자, 정부의 관리부서 등을 자세히 기록하여 두고 있었다, 책임감의 표시라기보다는 자신감의 표시로 느껴졌다. 보수 수준을 물어보고 놀랐다. 기술이 있으면 월 800만원이란다. 기술이 없으면 월 300만원 수준인데, 회사의 부장급에 해당되는 수준이라고 한다.

우리 사회를 한 단계 업 그레이드 해야 하는 많은 쟁점 중에 안전을 관리하는 체계적인 제도 정비가 있어야 하고, 산업과 건설의 현장을 정비하는 노력이 진행되어야 할 시기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과 규제의 엄격한 법 집행이 가장 선행되어야 할 조건이다. 작은 작업 현장에서는 안전이 비용이라고 생각하여 회피하려고 한다. 작업 현장에서 안전을 보장하도록 시스템 비계를 사전에 설치하도록 하기 위해서 작은 작업장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처벌의 강화가 필요하고, 공권력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사업장에 대한 정부의 관리 감독 기능을 강화하여 안전에 대한 의식을 제고하도록 하여야 한다.

일본의 공사 현장에서 만난 카츄히데 히사츄노(久恒勝英) 현장 감독관은 매우 의미 있는 말을 전해 주었다. 건설시공관리기사로 공사현장에서 30년 넘게 일을 하여온 그는 "공사 현장에서 보면 정리정돈 잘하는 사람이 일도 잘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안전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일도 잘한다는 것이다. 안전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느냐는 질문에 조금도 망설임이 없이 '당사자와 책임자의 인식'이라고 하였다. 주름진 이마 위에 자리잡고 있는 그의 안전모가 나에게는 매우 흥미로웠다. 그의 안전모에는 회사명, 개인 이름 그리고 혈액형이 적혀 있었다.

안전에 대한 제도적인 장치와 개인의 의식 있는 노력이 새로운 한국 사회를 설계할 수 있을 것이다. '조심 조심 코리아'의 소극적인 구호가 아니라, 안전사회가 선진사회를 만들어 간다는 적극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모든 공사 현장에 '작업안전지킴이' 같은 인력이 있다면 일자리 창출의 기회도 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사회의 역동성을 보여주는 '다이내믹 코리아'의 기본에는 안전이 보장되는 신뢰사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