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2월. 전 국민의 눈은 뉴스로 집중됐다. 국보 1호인 숭례문 화재 때문이었다. 숭례문 화재 이후 소방시설을 확충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화재 이후 4년이 지났지만, 화재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소방장비인 소화전에 대해서는 지자체와 소방당국 모두가 화재불감증에 사로잡혀 있었다.
■ 소화전 코앞 주차장, 원인은 지자체와 소방당국
인천시 중구와 동구 곳곳에서 소화전과 5m내에 주차구획선이 그어져 있는 것이 확인됐다. 지자체와 소방당국이 법률을 제대로 인식하고, 이를 지키려는 의지만 있었으면 나타나지 않았을 일이다. 인천시 중구청은 "우리가 이를 제대로 알고, 소화전을 피해서 주차구획선을 설치했어야 된다"고 했다. 소방당국은 1달에 1차례씩 현장을 점검한다. 점검 시엔 '수압상태, 배수상태, 뚜껑 상태' 등과 '그 밖의 사항'을 기록·점검한다. 하지만, 소화전 인근에 주차구획선이 있는 경우에 대해서는 전혀 기입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소방서의 한 관계자는 "전부터 주차구획선과 관련된 내용이 기입되지 않아, 관행처럼 기입하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 소화전 5m내 주차금지, 시민들은 모른다
소화전의 목적은 화재진압이며, 5m내 주차금지 규정도 이를 위해서다. 하지만, 정작 시민들은 이 규정에 대해 모르는 경우가 많다. 소화전에 경고문구가 써있지 않거나, 써있어도 작아서 이를 알아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소방당국은 규정을 위반할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지만, 인력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다. 지자체가 단속차량을 동원해 매일 단속에 나서고 있는 것과는 대조된다. 인력과 예산의 문제도 뒤따른다. 소방서에서 관리하는 소화전만 6천여개. 현재 예산으로는 현재 관리중인 장비를 유지·보수하기에도 벅차다는 것이 소방당국의 설명이다.
■ 소화전도 다 같은 소화전이 아니다?
인천시에 있는 9천300여개의 소화전 중에 2천400여개는 상수도사업본부에서 관리한다. 상수도사업본부에서 관리하는 소화전의 주 용도는 수도관의 물을 빼는 것이다. 소방당국은 이들 '소화용도 외 소화전'에 대해 관리도, 점검도 하지 않으며 주차금지 등에 대해 과태료도 부과하지 않는다.
하지만 법은 소화전 5m이내에 주차를 금지토록 하고 있다. 시민들에게 '소화용도로 쓰는 소화전과 그렇지 않은 소화전이 있으니, 이를 구분해 주차하세요'라고 할 순 없다. 이들 소화전을 확실히 구분하고, '소화전'에 대해서는 관리·점검과 함께 언제든지 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종합적인 소방대책 필요
인천소방안전본부는 이 문제가 알려지자, 인천 각 소방서에 소화전 인근에 주차구획선이 있는 경우를 파악하라고 지시했다. 또한 사례가 있는 경우 각 지자체에 문서로 통보토록 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시민들이 소화전의 용도와 그 중요성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선소방서의 한 직원은 "소방차가 들어가기 어려운 골목길이기 때문에 소화전을 설치했지만, 동네 주민들은 주차 등의 문제로 소화전을 빼달라고 항의하기도 한다"며 고충을 털어놨다.
인천소방안전본부가 올해 초 작성한 '2012년 소방용수시설 운영관리계획'에도 소화전 등에 주차금지 표지판을 설치하는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하지만, 관련예산이 대폭 삭감되면서 미뤄둔 상태다. 또한 소방당국과 상수도사업본부로 관리가 이원화돼 있는 문제에 대해서는 현재로선 뾰족한 해결방법이 없다는 것이 소방서 관계자의 설명이다.
/정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