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대호 / 안양시장
폭염과 소나기성 빗줄기가 교차하는 가운데 태풍 '카눈'이 전국 곳곳에 상처를 내고 비껴갔습니다. 불과 2~3주 전까지 우리가 갈망하던 비바람과는 사뭇 다른 불청객이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당시 오랜 가뭄 끝에 단비가 내렸고,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기습 폭우로 일부 지역이 곤욕을 치렀지만 전국적으로 해갈이 됐습니다. 땅이 갈라져 해오지 못했던 모내기나 타들어가던 농작물이나 고사 직전의 가로수들도 벌써 과거의 일이 되어 버렸습니다.

불과 한 달도 안돼 우리 기억 저편으로 건너가 버린 그림들이 어디 이 뿐이겠습니까. 그만큼 시간은 우리가 알아채 버리기도 전에 산을 넘고 강을 건너 사라집니다. 세월이 유수임을 실감하게 됩니다. 저 또한 공직자로서 해야 할 일과 하고자 하는 일 사이에 존재하는 시간의 간극(間隙)이 아쉽기도 합니다.

민선5기도 2년이 훌쩍 지났습니다. 시장으로서의 시간은 늘 시정 현장이었습니다. 변화와 혁신으로 시 발전의 기틀을 만드는 일이었고 추진 중인 시책이나 새로운 사업은 창조와 열정의 이름으로 독려했습니다.

지역경제를 살리고, 아이들 교육을 바로 세우고, 시민 모두가 골고루 잘 사는 도시를 만들어야 했습니다. 안전하고 쾌적하며 문화예술의 향기가 흐르는 안양이어야 했습니다. 시 핵심 성장동력인 '스마트 창조도시' 구축이나 혁신교육도시, 여성친화도시, 안전도시 그리고 안양천 명소화 사업 등이 그 예라 할 것입니다. 시장으로서 당연히 추진해야 할 과제들이지만 그에 앞서 시민의 소리를 경청하고 의견을 구하고자 했습니다.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는 노자(老子)의 '상선약수(上善若水)'를 소통의 근간으로 삼았습니다. 가장 낮은 곳으로 흐르며 기꺼이 희생하고 생명의 근원이 되는 물을 생각했습니다. 안양천을 둘러볼 때마다 대자연의 섭리와 인생의 순리를 배우게 됩니다.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넉넉한 품을 시민에게 내어주고 유유히 자기 길을 가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더욱이 오염하천의 대명사에서 최고의 생태하천으로 탈바꿈한 과정을 돌이켜보면 사뭇 경이롭기까지 합니다. 수질개선·유량확보·하천정비 등 지속적인 사업 추진과 환경정화·감시·교육 등 전 시민의 전폭적인 성원과 참여 덕이었습니다. 안양천을 살리기 위한 시의 인위적인 노력은 물론 시민들의 정성과 기원이 이뤄낸 결과였습니다.

하지만 양자(兩者)를 모두 품어 안고 스스로 정화(淨化)하고 동화(同化)되는 자연의 섭리 없이 어찌 가능한 일이었겠습니까. 지금 우리는 버들치가 노닐고 한강에서 참게가 올라오는 작지만 놀라운 기적을 보고 있습니다. 안양만이 아닌 안양천 물줄기 350만 시민에게 상생과 소통의 공간을 내어 주는 역사를 목도하고 있습니다. 이 대목에서 겸손해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에게 있어서 물은 곧 시민을 받들고 섬기는 것입니다. 그간의 성과 또한 물 흐르듯 시민의 뜻이 모이고 합쳐져 이뤄낸 것입니다. 이렇듯 모든 길은 '시민'으로 통한다고 믿습니다. 우리시 시청 앞 사통팔달 큰 길이 '시민대로'라는 사실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안양시는 이달초 스마트 창조도시 비전 선포식을 갖고 한국의 스마트콘텐츠밸리 첫 걸음을 내디뎠습니다. 스마트콘텐츠밸리를 통해 앞으로 더욱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고 맞춤형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지역경제에 총력을 다해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들겠습니다.

62만 안양시민 여러분 고맙습니다. 지난 2년간 행복했습니다. 최근 시정만족도 조사에서 시민 열 분 중 여덟 분이 '시장이 일을 잘하고 있다'고 높이 평가해 주셔서가 아닙니다. 저를 믿고 일을 맡겨 주셨고 또 최선을 다하고자 하는 저의 진정성을 알아주셨기 때문입니다.

초심을 잃지 않겠습니다. 첫째도 둘째도 시민을 생각하겠습니다. 앞으로 더 많이 소통하며 시민축구단 안양FC창단, 교도소 이전, 안양권 통합, 국철1호선 지하구간 추진 등 시 미래발전을 위한 일에 모든 역량을 쏟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