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조와 금형, 용접 등 제조업 경쟁력의 근간이 되는 뿌리산업 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정책이 미흡해 기업들이 어려움에 처해 있다. 정부의 정책자금 소진으로 인해 지원을 받지 못한 안산의 한 도금업체에서 직원들이 은행대출을 이용해 도입한 기계설비를 점검하고 있다. /하태황기자

뿌리산업 기업에 대한 정부 및 경기도의 지원 정책은 한마디로 '유명무실'하다. 정부는 지난해 7월 '뿌리산업 진흥과 첨단화에 관한 법률'을 제정, 올 1월부터 시행했지만 실질적인 지원책은 전무한 실정이고, 경기도 역시 지난 5월 정부의 법 시행에 발맞춰 관련 조례를 제정했으나 역시 '무늬 뿐인' 대책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 정부, 법제정만 덩그러니= 뿌리산업이 첨단 IT산업 등에 밀려 어려움에 처하자 지식경제부는 지난해 7월 '뿌리산업 진흥과 첨단화에 관한 법률'을 제정, 지난 1월 말부터 지원법이 본격 시행됐다.

'뿌리산업법'은 ▲3년마다 뿌리산업 진흥 기본계획 수립 ▲핵심 뿌리기술의 지정 ▲특화단지·우수숙련기술자 지정 ▲정책 추진실적을 평가하기 위한 뿌리산업발전위원회 설치 ▲외국인 근로자 고용규모 결정시 뿌리산업에 우선 배정 등 뿌리산업 진흥을 위한 모든 정책을 총 망라했다.

이와 함께 지난 1월 올해 자동·첨단화지원사업에 25억원, 뿌리기술전문기업 지정과 특화단지·우수숙련기술자 지정, 연구개발(R&D) 인프라 구축 지원 사업 등에 1조925억원을 각각 투입키로 하는 구체적 지원책도 제시해 뿌리산업 종사자들을 희망에 부풀게 했다.

그러나 지경부가 준비한 뿌리산업 지원 정책은 '예산부족'을 이유로 시작부터 삐거덕거리고 있다. 전문인력 양성기관 지정은 내년에나 가능한 실정인데다 외국인 근로자 우선 배정 역시 내국인 일자리 보호를 명분으로 외국인 근로자 쿼터를 줄이고 있는 상황과 맞물려 한 발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뿌리산업발전위 설치와 뿌리산업 특화단지 지정 역시 빨라야 오는 10월께에나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경부 실무 관계자조차도 "예산이 부족해 올해 지원 혜택을 입을 수 있는 뿌리산업 업체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토로하고 있다.

■ 경기도, 지원방안 미비= 경기도는 지난 5월 '경기도뿌리산업 진흥 및 육성 조례'를 제정, 정부의 뿌리산업 지원정책의 사각에 있는 뿌리 기업들의 환경·인력 문제 해결에 나섰다. '뿌리산업진흥 조례'는 도가 ▲종합 시책 수립 및 추진 ▲뿌리산업 구조고도화, 기술경쟁력 강화 및 전문인력 양성 ▲3년마다 뿌리산업 진흥 및 육성에 관한 종합계획 수립 및 전문기관에 위탁한 실태조사 ▲경기뿌리산업지원센터 지정 등을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진척된 상황은 경기도 산하 기관인 경기테크노파크가 지경부의 '산업-IT융합지원센터지원사업'에 응모, 선정된 게 전부다.

■ 중진공 지원, 하늘의 별따기= 중소기업진흥공단은 뿌리산업을 비롯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건강진단 자금 1조원이 포함된 정책자금 3조3천억원을 투입한다는 방침을 내세웠다. 이중 도내 뿌리산업을 포함한 중소기업 정책자금은 5천517억원이지만, 실제로 자금 지원을 받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국내 뿌리산업을 포함한 중소기업의 50% 가량이 경기·인천·서울 지역에 집중 분포돼 있음에도 불구, 수도권 지역 예산 배분은 35% 수준에서 유지하라는 지원금 배분 가이드라인이라는 벽에 부딪친다. 여기에 도내 7만2천여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지원 자금이다 보니 뿌리기업이 지원 받을 확률은 더 떨어진다는 게 중진공의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 1월2일 도내 기업들을 대상으로 정책자금 지원 접수를 받았는데, 하루만에 4월분까지 접수 신청이 모두 완료되면서 뿌리산업 종사자들 입장에서는 '그림의 떡'이 돼버렸다.

■ 지원 업체 파악도 안돼= 6월말 기준 정부와 경기도 등으로부터 지원 혜택을 받는 도내 뿌리 기업 현황이 파악되지 않을 정도로 극소수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뿌리 기업에 대한 정부 및 도의 지원을 받은 일반 중소기업과 뒤섞여 정확한 실태파악이 어렵기 때문이다.

경기도의회 경제투자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민경원(비례) 의원은 "뿌리기업의 현황 등 관련 데이터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등 그동안 뿌리 기업에 대한 관심이 없었던 게 현실"이라며 "정부와 도, 지자체, 교육기관과의 적극적인 연계를 통해 뿌리 기업에 대한 인식전환과 기업들의 환경개선 등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송수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