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남부지역 특성화 고교인 S공고. 40여년 전통에 지금까지 배출된 졸업생 수만 2만3천여명, 이 가운데 상당수가 경기도 및 일선 시군의 공무원으로, 건설 및 산업 현장의 주역으로 각각 맹활약하면서 수도권의 명실상부한 '명문 공고'로 굳게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이 학교에서도 뿌리산업 관련 전공 만큼은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전체 8개 학과 중 뿌리산업 관련 과(科)는 기계과 하나 뿐으로, 한 학년 550여명 중 74명만이 전공으로 택하고 있다. 그나마 기계과 내에서도 6대 뿌리산업과 관련있는 전공은 '용접'이 유일하다. 특히 기계과는 지난 2004년까지만 해도 정원이 110명이나 됐지만, 지원자 수가 급격히 줄면서 정원이 40명 가까이 감소했다. 이 학교가 지난달 전체 학생들을 상대로 취업 및 진로 의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기계과 학생 가운데 뿌리산업 취업희망자는 단 3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뿌리산업 분야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주조와 금형은 도내에서 또다른 S공고 등 단 2개 학교에만 전공이 개설돼 있고, 소성가공, 표면처리, 열처리 분야는 아예 도내 고교에서는 전공 선택 자체가 불가능하다. 대학에 진학해 전공을 선택하거나 사설학원 수강 등을 통해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인 셈이다.

S공고 관계자는 "공고나 마이스터고 등에서 뿌리산업 관련 전공을 하는 학생들이 일부 있지만, 대다수가 3D업종으로 인식하고 있어 진로를 바꾸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정부와 유관기관의 유명무실한 지원도 문제다. 근로자 90명의 중견 사출·도금업체인 안산 S업체. A(43) 이사는 공장의 기계 설비 도입을 위해 지난 1월초 중소기업진흥공단을 찾았다 허탈하게 발길을 돌려야 했다. 지난 1월 정부 지원금 3조3천억원 중 도내 뿌리산업을 포함한 중소기업에 5천517억원 상당의 정책자금을 지원해준다는 소문을 듣고 방문했지만, "배정 받은 자금이 모두 소진됐다"는 답변을 들었기 때문이다. 수개월뒤 가까스로 중진공측으로부터 지원을 받기는 했지만 지난 1월2일 당시에는 정책자금의 지원 접수를 받자마자 하루만에 1월 자금 배정이 모두 마감된 것이다.

낙담한 회사측이 뿌리산업 진흥센터로 지정된 한국생산기술연구원에도 지원을 문의해 봤지만, "정부로부터 배정된 예산이 없다"는 맥빠지는 답변만 되돌아왔다.

/송수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