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우리 수출의 4분의 1을 점유하는 핵심 시장이다. 중국경제가 흔들리면서 이미 한국 수출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미 저성장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유럽·미국·일본에 이어 중국경제까지 벽에 부닥치면서 글로벌 경제의 중요 엔진이 동시에 기능 부진에 빠져들게 됐다. 수출 주도의 한국경제로선 사면초가나 다름없다.
중국 성장의 둔화는 한국의 대중국 수출 경기 하강으로 이어져 중국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하면 한국의 수출증가율은 1.7%포인트, 경제성장률은 0.4%포인트 감소한다고 한다. 중국 경제는 1990년대 이후 고성장을 지속해 왔고 한국의 대(對)중국 수출 역시 급팽창해 왔다.
한국경제는 지난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와 최근의 유럽 재정위기로 촉발된 세계경제의 어려움 가운데서도 수출에 힘입어 비교적 선전해 왔다. 그러나 최근 중국 경제의 경연착 가능성은 유럽·미국·일본 경제의 부진과 함께 우리 경제에 큰 어려움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한국은행은 지난 12일 기준금리를 현행 3.25%에서 3%로 0.25%포인트 내렸다. 13개월 만의 기준금리 인하 조치이다. 중국·유럽 등 많은 중앙은행들이 경기부양을 위한 금리 인하 흐름에 동참한 것으로 보이기도 하나 그만큼 우리 경제 전망이 밝지가 않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정부도 올해 경제성장률을 3.3%로 하향 조정했다. 얼마 전 국제통화기금(IMF)도 우리 정부와 연례 협의를 통해 올해 성장률 전망을 3.5%에서 3.25%로 낮춘 바 있으며, 한국은행도 올해는 3.0%, 내년은 4.2%에서 3.8%로 낮추었다.
그런데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1.8%로 내려앉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외국계 투자은행(IB)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최악의 경우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1.8%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 가능성이 커지면서 하향 조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BOA 전망을 그냥 무시하기에는 무언가 불안한 구석이 있다. 우리 경제의 하방 리스크를 최대 수출대상국인 중국 경제 둔화세에서 찾고 있으며, 중국 경제가 계속 둔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BOA는 미국 경제 역시 올해 하반기에서 내년 상반기 사이 경기침체가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우리 경제의 하방 리스크에 영향을 줄 것으로 주장한다.
올해는 10월 중국 지도부 교체, 11월 미국 대선, 12월 한국 대선 등 세계 59개국에서 지도부 교체가 있는 해이다. 한국전쟁 이후 우리 국민에게 가장 큰 고통을 안겨 주었던 외환위기도 대선을 치르는 1997년에 발생하였다. 당시 정부가 제출한 금융개혁법이 통과되지 않은 데 실망한 외국자본이 급속히 빠져 나가면서 우리 정부는 부득이 IMF에 구제 금융을 신청하기에 이른다.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은 대표적인 경우이다.
우리경제는 가계부채, 수출둔화, 부동산 경기의 침체 등 내부 요인과 중국·유럽·미국 등 주요 시장의 침체로 인한 수출부진 등 대내외적인 불안 요인이 커지고 있다. 많은 경제전문가들은 한국 경제가 지난 외환위기 이후 최대 위기 상황이라고 걱정한다.
지난 주말 정부는 대통령 주재로 경제 활성화를 위한 10시간의 끝장 토론을 벌였다. 지금은 토론이 아니라 투자, 소비를 위한 구체적인 실천이 더 중요한 시기이다. 앞으로 5개월 이상 모든 관심이 차기 지도자를 뽑는 대선에 집중될 것이다. 행여 경제가 뒷전에 밀려 지난 외환위기 같은 예상하지 못한 일이 없을 것이라고 쉽게 장담할 수 없다. 오늘도 세계경제는 급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