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가까운 경기도 지역을 살펴 보면 여름휴가다운 한가롭고 여유로운 하루를 보낼 수 있는 곳들이 즐비하다. 그 중 무더위를 피하기 위해 도내 명산 자락에 있는 잘 알려지지 않은 계곡을 찾아 보는 것은 어떨까.
여름휴가는 일상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휴식의 시간이자 재충전을 위한 시간이니까.
1. 유명산 입구지계곡(가평군 설악면 가일리)
가평군 설악면과 양평군 옥천면의 경계에 솟은 유명산은 해발 844m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웅장한 산세를 자랑한다. 유명산의 여러 골짜기 중에서 대표주자는 북쪽 기슭으로 흐르는 입구지계곡이다. 약 4㎞에 이르는 유명산 입구지계곡은 기암괴석과 깊은 웅덩이, 크고 작은 폭포 등이 어우러져 절경을 연출한다. 설악산 천불동 계곡을 축소한 듯한 푸른 빛을 띤 마당소, 용소, 박쥐소 등이 여행자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시원한 물에 발을 담그고 옛 선인들처럼 탁족을 즐기노라면 피로가 풀리고 더위를 말끔히 씻어낼 수 있다. 투명한 물속을 들여다보면 버들치 등 일급수 어종이 제 세상 만난 듯 휘젓고 다닌다.
# 찾아가는 길
청평과 양평을 잇는 37번 국도를 이용한다. 대중교통은 청량리와 청평에서 버스 운행.
2. 마감산계곡(여주군 강천면 걸은리)
말감산이라고도 불리는 마감산은 해발고도 388m에 불과하지만 이 근방에서는 가장 높다. '여주군지'에 따르면 북벌의 공을 세웠던 이완 장군이 영월루에서 말을 풀어놓았더니 이 산으로 갔으므로 그때부터 마감산(馬甘山)이라고 일컫게 되었다고 한다.
마감산계곡은 규모가 작고 소박하다. 그러나 제법 멋을 부린 짤막한 폭포도 있으며, 맑은 물에서 노니는 작은 물고기들을 잡는 재미도 맛볼 수 있다.
무엇보다 울창한 숲을 이룬 삼림욕장이 자리잡고 있어 계곡 피서와 삼림욕을 겸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마감산 삼림욕장에서 폭포를 거쳐 정상에 오른 뒤에 성주봉과 소나무 군락을 거쳐 삼림욕장으로 되돌아오는 길이 6㎞쯤의 산행 코스(약 2시간 30분 소요)를 더듬는 것도 좋다.
# 찾아가는 길
여주에서 경기도학생여주야영장(경기도청소년수련원) 방면으로 온다. 대중교통은 여주에서 걸은리 방면 버스 이용.
3. 비금계곡(남양주시 수동면 내방리)
수동 국민관광지는 맑은 물이 철철 흘러 물골안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수동 국민관광지의 최상류에 위치한 비금계곡은 약 2㎞에 걸쳐 이어지는데, 울창한 수풀이 짙은 그늘을 드리우고 시원하고 깨끗한 물이 흘러 피서지로 사랑받는다. 비금계곡을 따라 오르다가 시루봉으로 이어지는 가벼운 등산로를 더듬는 것도 좋다.
비금계곡 입구에는 1998년 남양주시가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시와 우호협력 관계를 맺어 조성한 몽골문화촌도 있다. 이곳에는 몽골에서 직접 가져온 재료로 지은 몽골 유목민의 이동식 전통가옥인 게르(GER)가 세워져 있다. 대형 게르인 몽골문화전시관에는 유목민의 전통 옷과 말 안장, 장신구, 생활용품, 악기류 등 150여점이 전시돼 있다.
# 찾아가는 길
마석에서 수동을 거쳐 들어간다. 대중교통은 청량리에서 구리~남양주~마석을 거쳐 비금리로 가는 버스 이용.
4. 탑동계곡과 왕방폭포(동두천시 탑동동)
동두천 시내에서 동쪽으로 7㎞ 떨어진 곳에 해발 737m의 왕방산이 솟아 있다. 왕방산은 '왕이 방문한 산'이라는 뜻으로, 972년 도선국사가 수행할 때 광종이 친히 행차해 격려한 후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왕방산과 그 북쪽으로 이어진 국사봉(754m) 사이로 6㎞에 걸쳐 흐르는 골짜기가 탑동계곡이다. 탑동이라는 이름은 인근에 고려 말기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되는 삼층석탑과 석불이 있었다고 해서 붙여졌다. 삼층석탑은 일제강점기 때 유실되고 지금은 석불만 남아 있다.
탑동계곡은 '동두천의 무주구천동'이라는 별칭을 얻을 만큼 경관이 아름답다. 긴 계곡을 따라 낭바위, 아들바위, 층대바위, 줄바위, 소하천 등 온갖 형상의 암반과 석벽, 기암괴석이 이어진다.
탑동계곡의 상류 지역은 왕방계곡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왕방산 서쪽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3㎞쯤 내려온 지점에 위치한 왕방폭포는 한여름에도 오싹할 만큼 시원스럽다.
# 찾아가는 길
동두천에서 364번 지방도를 타고 들어온다. 대중교통은 탑동~왕방 방면 동두천 시내버스 이용.
5. 벽계9곡(양평군 서종면 노문리)
노문8경의 하나인 벽계9곡은 통방산과 곡달산 사이를 굽이쳐 흐르는 맑은 계곡이다. 노문리에서 시작해 북한강과 만나는 수입리, 즉 무드리에 이르는 벽계천이 흡사 새 을(乙)자 모양으로 흐르며 굽이마다 자아내는 정취를 아홉 개로 나누어 구곡(九曲)으로 정한 것이다. 제1곡은 외수입(바깥무드리), 제2곡은 내수입(안무드리), 제3곡은 정지터(이제신 선생의 옛터), 제4곡은 용소, 제5곡은 자라소, 제6곡은 분설담, 제7곡은 석문, 제8곡은 속사천(속사마을 앞을 흐르는 냇가), 제9곡은 일주암(갈문바위의 선바위)을 말한다.
벽계구곡 일원에는 참나무와 철쭉 등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는 데다 그늘진 계곡에는 암반이 즐비해 휴식을 취하기에도 그만이다. 더욱이 수심이 그다지 깊지 않고 물살도 세지 않은 편이어서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들이 물놀이를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 찾아가는 길
양수리에서 청평 방면 북한강변 도로를 따르다가 수입리에서 우회전. 대중교통은 양수리에서 문호리를 거쳐 노문리로 가는 버스 이용.
/김종화기자
참고자료 /경기관광공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