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3명이나 되는 아이들을 추적 조사하여 30살이 될 때까지 어떤 삶을 이루고 어떤 성격을 소지하는지 알아본 것이다. 90%에 달하는 698명이 최종까지 남아 준 이 연구는 가히 기념비적이라 할 수 있다. 1971년과 77년에 발표된 연구 결과는 그런데 실망스러웠다. "결손가정에서 자란 아이는 학교나 사회에 적응력이 떨어진다." "부모의 성격에 장애가 있으면 아이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부모나 동료들과 인간관계가 나쁘면 자신감이 떨어진다." 이런 내용들이었다. 다 맞는 이야기인데 너무 뻔한 사실들인 것이다. "이걸 알려고 그렇게 어려운 연구를 했단 말이야!" 이런 반응이었다.
안타까워 한 나머지 에미 워너라는 학자는 자료를 더 들여다보고 새로운 사실에 주목했다. 연구 결과에서 보았듯이 환경이 어려우면 아이의 삶도 어려워진다. 통계적으로 그렇다는 것이다. 그런데 환경이 극도로 어려운데도 불구하고 건전하게 잘 자라 보통 이상의 삶을 영위한 아이들이 있었던 것이다. 고위험 환경에 노출된 201명을 면밀히 조사했다. 그 중 다수는 부적응자나 문제아가 되었다. 그런데 3분의 1에 해당하는 72명은 뜻밖에도 그런 나쁜 흔적을 가지고 있지 않은 보통의 아이, 더러는 훌륭한 아이로 성장했던 것이다. 이때 심리학에서 새로운 개념이 탄생한다. 회복탄력성(Resilience)이라는 개념이다. '스트레스나 역경에 대한 정신적 면역성' '역경을 성숙한 경험으로 바꾸는 능력' '곤란에 직면했을 때 이를 극복하고 환경에 적응하여 정신적으로 성장하는 능력'인 것이다. 우리는 자신감을 가지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자신감 넘치는 아이들이 한 번의 실패에 나자빠진다면 무슨 소용이겠는가. 인생은 성공보다는 오히려 실패가 많고, 기쁘고 좋은 날보다는 슬프고 어려운 날들이 많다. 실패와 역경과 좌절과 실망을 극복하는 능력을 갖추지 못하면 제대로 된 삶을 살 수 없다.
사업하는 사람도 그렇다. 개발한 제품마다 시장에서 히트를 칠 수 있는가. 가수나 연예인도 그렇다. 처음부터 인정받는 사람이 있는가. 무명생활과 가난을 이겨내야 한다. 스포츠 선수도 말할 것 없다. 지금 런던 올림픽 경기가 한창 무더운 여름의 열기를 더해 주고 있다. 모두가 금메달을 향해 뛰고 있다. 그러나 금메달을 거머쥔 선수는 소수에 불과하다. 승리자보다 패배자가 더 많은 것이다. 그것이 스포츠고, 그것이 인생이다.
국민의 영웅 마린보이가 자유형 400m에서 실격위기를 맞았다. 다행히 결선에는 진출했으나 금메달을 놓치고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기대했던 양궁 남자단체도 동메달에 그쳤다. 펜싱의 남현희는 아예 3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그러나 젊은이들이여 '포기하지 마라!' 이 아픔을 딛고 일어서야 한다. 사회는 그냥 성공만 하는 사람보다 역경과 싸우고 실패를 딛고 일어서는 사람을 높이 친다. 그들이 훌륭한 사람인 것이다.
처칠의 명연설을 기억하는가. 옥스퍼드 졸업식에 축사를 하러 간 처칠은 학생들 앞에서 단 세 마디를 한다. "Never give up." "Never give up." "Never give up." 팔삭둥이 조산아로 태어나 초등학교 때는 교사로부터 제일 멍청한 소년이라는 말을 들었던 사람, 중학교 때는 영어에서 낙제 점수를 받아 3년이나 유급했던 처칠은 그 스스로 포기하지 않은 사람이었다.
그런데 어려움을 극복한 카우아이 아이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그 아이를 무조건적으로 받아주고 이해하는 사람이 적어도 한 사람 있었다는 것이다.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인생에 힘을 주는 그 한 사람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