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규 / 양영초등학교 교장(교육학 박사)
요즘 불안한 국제정세에 맞물려 국내경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아무리 경제가 어려워도 불황이 없던 사교육 시장이 이번에는 분명히 한풀 꺾이는 분위기다. 최근 언론에서 '사교육 1번지'인 대치동의 학원가를 취재한 결과 건물 43개 동 가운데 11개 동에 '임대' 플래카드가 내걸렸고, 원생을 구하지 못해 폐업하는 학원이 늘어나면서 학원가 임대료도 떨어지고 있다고 한다. 한마디로 대한민국 '학원 시대'가 변화를 맞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사교육비 규모는 20조1천억원에 달했다. 지난 20년간 가계의 사교육비 지출액은 11배가량 늘었고, 저소득층과 고소득층의 월평균 학생 학원교육비 지출액도 9.6배(30만5천700원) 정도 차이를 보이며 사교육 양극화 현상도 심해지고 있다. 그간 정부는 사교육 시장을 견제하기 위해 '오후 10시 이후 학원교습 금지' '불법 학원 신고포상금제' '학원비 공개제' 등의 대책을 내놓았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사교육 시장이 이처럼 계속 확대되는 이유는 무엇보다 정부의 입시중심 교육정책에 있다. 학부모들은 누구나 자기 자녀가 보다 좋은 학교에 입학하기를 바란다. 이런 수요나 요구가 스스로 사라지지 않는 한 사교육이 줄어들기 어렵다. 다음은 공교육의 질 저하와 사교육과의 경쟁력 약화라고 할 수 있다. 교육수요자인 학생이나 학부모들은 학교교육만으로 만족하지도 믿을 수도 없는 것이다.

사실 학교 교사들은 학원의 강사들보다 높은 교원임용고사를 통해 선발된 우수한 인적자원들이다. 이러한 우수 교사들이 학원 강사보다 교육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학교 교사들은 학생들의 교수활동뿐 아니라 다양한 교무업무에 보다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이와는 달리 학원 강사들은 오로지 학생을 위한 교수학습활동에 전력하여 교육수요자가 만족하는 맞춤교육으로 사교육의 경쟁력을 향상시킨 것이다.

이번 사교육 열풍의 변화에 대해 교육과학기술부는 나름대로 교육정책의 공과로 평가하고 있다. 그 이유로 먼저 내신 중심의 특목고 입시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내신 위주로 바꾼 입시특목고 입시가 대형 입시전문 학원들을 어렵게 한 것이다. 다음으로는 대학수학능력시험에 EBS 교재의 반영비율을 높이고, 다양한 대학입학 사정관제 도입과 수시모집 등이 사교육에 제동을 걸었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저출산으로 인한 학생 수의 감소와 경기 불황에 따른 사교육비 지출부담의 영향이라 하겠다. 매년 증가하던 사교육비가 일단 주춤하고 있다니 여간 다행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간 교과부는 물론 경기도교육청에서도 나름대로 많은 대안을 제시하고 노력을 기울여왔지만 이제까지는 특별한 효과는 얻지 못했다. 그리고 학교수업이 학원수업보다 더 우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교사의 적극적인 교수역량이다.

이러한 사교육 변화의 흐름을 어떻게 지속시켜 나갈지가 우리 교육의 숙제다. 학교는 사교육을 뛰어넘을 수 있는 교육역량과 경쟁력을 기르고, 학생들은 사교육 없이 스스로 공부하는 자기주도적인 학습능력을 길러주어야 성공할 수 있다. 그래야 공교육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지금까지 사교육에만 의존하던 우리 교육의 본래 모습을 되찾을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