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23일 PM 11.00: 안철수 원장이 예능프로그램 '힐링캠프'에 출연했다. 이날 출연이 대권으로 가는 길이나 정치적 쇼라는 비난이 따르지 않겠느냐는 사회자 질문에 "진정성이 있는지 진심인지의 판단은 국민이 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장장 8개월동안 출마 여부로 국민의 인내심을 충분히 테스트한 그의 행보에 진정성이 있는지 국민들은 알지 못한다. 아무튼 그 프로 덕분에 안 원장의 지지율은 급상승했다.
2012년 7월24일 PM 2.00: 이명박 대통령이 예정에 없던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취임 이후 벌써 6번째 대국민 사과다. 대통령은 "사이후이(死而後已ㆍ죽을 때까지 쉬지 않고 일하겠다는 뜻)의 각오로 더욱 성심을 다해 일하겠다"며 쓰기는 쉽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사자성어로 국민에게 용서를 빌었다. 그러나 국민들은 대통령의 사과가 마음에 절실하게 와닿지 않았다. 그만큼 마음의 상처가 컸기 때문이다. 다음날 청와대는 은진수 전 감사위원의 가석방 논란에 휩싸였다.
같은 날 같은 시간: 새누리당의 대선 경선 첫 TV토론회가 열렸다. 초반 기선 제압을 위한 주자들간 치열한 공방이 있었다. 김문수는 박근혜 전 위원장의 올케 문제를 언급, '만사올통'이라며 신 사자성어를 만들어냈다. 박 전 위원장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날 저녁 방송뉴스에는 새누리당 경선보다 오히려 대통령 사과문 발표가 큰 비중으로 다뤄졌다. 새누리당은 같은 날 같은 시간 대통령의 사과문 발표가 경선열기에 고춧가루를 뿌렸다고 대노했다.
2012년 7월25일 AM 11.00: 중국에서 국가안전위해 혐의로 체포됐다가 114일 만에 풀려난 북한인권운동가 김영환씨가 중국내 구치소에 구금됐을 당시 전기고문 등 수많은 가혹행위가 있었다고 폭로했다. 외교통상부는 이와 관련 중국 측에 사실 관계 확인을 요청하면서 엄중히 문제를 제기했다고 밝혔다. 국민들은 중국이 미국이나 러시아 국민에게도 똑같은 상황이 벌어지면 이렇게 고문할지 궁금해하며 강력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정부의 무능에 분통을 터뜨렸다.
2012년 7월26일 PM 8.43: 통합진보당 이석기ㆍ김재연 의원에 대한 제명안이 부결됐다. 두 사람은 환하게 웃는 얼굴로 회의장을 나섰다. 이 의원은 "진실이 승리하고 진보가 승리했다"고 말했다. 국민들은 경악했다. 주사파의 승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통진당 수백여명의 당원이 탈당의사를 표한 것으로 집계되면서 당의 존립 기반이 뿌리째 흔들리는 모양새다. 이제 통합진보당이 찢어질 것이라는 것을 의심하는 국민은 없다. 정말 황당하고 기괴한 일이다.
2012년 7월27일 AM 10.00: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가 검찰의 마지막 소환통보에 응하지 않았다. 민주당 대변인은 방송에 출연해 "검찰 수사의 과정·의도가 뻔하기 때문에 민주당이 장단을 맞춰 줄 필요가 없다"며 "8월에 할 일이 산더미같이 쌓여있는데 새누리당은 회기 일정에 대한 협의는 안하고 '방탄 국회'로 노래를 하고 있다"며 궤변을 늘어놓았다.
그러나 버티던 박대표는 마침내 검찰에 자진출두했다. 역시 정치 9단의 노련한 정치수였지만 때는 늦었다. 민주당의원들은 의원대로 국민은 국민대로 이미 마음의 상처를 받았으니까. 역시 정치란 때가 중요하다.
2012년 7월30일 AM 2.19: 기특한 우리의 여궁사 3명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제 2주일 동안 치킨집은 호황을 누리고 국민들은 정치고 뭐고 다 집어치우고 올림픽 열기에 깊이 빠져들 것이다. 그렇게 지지고 볶아도 대한민국 시계는 잘도 돌아간다. 다만 오심에 물든 런던올림픽 펜싱경기장의 시계만 멈춰섰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