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지금처럼 편리하게 물을 마음껏 소비하며 물 부족을 느끼지 못하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가 급속한 산업화 시대를 거쳐 물 생산을 담보하는 용수공급을 위해 대형 다목적 댐 건설에 박차를 가하게 되면서 오늘과 같은 '물 천국'의 토대를 이룬 것이다. 그러나 1인당 물 소비량은 계속 늘어나고 있고 공업용수 수요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런 추세에 따라 물 공급을 늘리고 수질을 높이기 위한 투자가 선행되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가 처해 있는 물 환경은 좋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인가? 환경부의 상수도 통계(2010)에 따르면 전국민의 약 6%인 300만여명이 여전히 기초적인 상수도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한편 막대한 비용을 들여 생산한 수돗물이 수도관 누수로 인해 버려지고 있다. 더욱 심각한 건 그런 어려움을 거쳐 생산한 수돗물을 직접 마시는 국민은 전체의 1.4%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물을 끓이거나 정수기를 통해 마시고, 아예 생수를 사 마시는 가정이 대부분이다. 국민들이 수돗물을 먹을 수 있는 물로 전혀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우리나라 물 사정은 결코 자랑스러운 형편이 아니다.
이런 물 문제의 근본 원인은 '제 값을 받지 못하고 있는 수돗물 요금'에 있다고 보는 것이 중론이다. 수돗물 공급은 댐과 정수장, 가압장과 배수지, 그리고 땅 속의 수많은 관로 등 대규모 투자를 필요로 한다. 위와 같은 총 과정들을 거쳐 각 가정과 사용처에 깨끗한 물이 공급된다.
그러면 우리가 지불하는 물 값은 과연 적정한가? 각 가정에서는 보통 한 달에 1만2천원 정도를 상수도 요금으로 납부한다. 다른 공공요금 및 선진국이 지불하는 금액에 비해 상당히 저렴한 수준이다. 상수도 통계에 따르면 수돗물 1t 생산에 약 777원이 들지만 이용자 요금은 610원으로 원가의 78.5% 수준에 불과하다. 수돗물 1t 생산할 때마다 167원의 적자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렇게 낮은 요금 때문에 많은 지방자치단체가 상수도사업부문 적자를 피할 수 없다. 지방상수도 부채는 1조원이 넘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게 고질적인 적자 상황에서 고도정수처리시설 설치나 노후관 교체 등을 통한 미래의 지속적인 수질개선 노력을 기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전문가들은 현재 수돗물 요금 산정 방법이 물 공급비용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못한 점을 계속 지적해 왔다. 직접 생산원가뿐 아니라 물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따른 모든 종류의 환경적·사회적 비용이 요금에 반영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압도적이다. 물은 전 국민이 고르게 그 혜택을 누려야 할 귀중한 자원이며, 깨끗하고 안정적인 수돗물 공급은 국민의 건강한 삶과 튼튼한 경제활동에 필수적인 요소다. 이제는 적정수준의 물값 부담을 통해 상수도 서비스를 향상시키고 수돗물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수돗물을 제 값을 내고 마시는 때에 비로소 물은 물값 이상의 혜택으로 우리에게 다시 돌아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