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덕화 / 수원박물관장
우리는 지금 총성 없는 역사전쟁 속에 살고 있다. 직접적으로 전투를 치르는 것은 아니지만 즉, 우리 국민 개개인이 병사가 되어 끊임없는 역사 왜곡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것이다.

한국과 중국, 일본의 끝나지 않은 역사전쟁 속에 기록의 중요성을 알리며 '한 줌 재 되어도 우리 땅 독도 지킬 터'를 좌우명으로 살다간 고(故) 사운 이종학(1927~2002) 선생의 유지가 이 시간에도 수원시와 수원박물관에 뚜렷이 남아 있다.

이종학은 지역 출신의 서지학자로 우리 역사 자료 수집에 평생을 바치고, 그 자료가 지속적으로 연구될 수 있도록 유가족들이 2004년 수원시에 2만여점의 유물을 기증하여 수원박물관의 '사운 이종학 사료관'에서 상설 전시 및 보관되고 있다. 사운 선생이 한 줌의 재가 되어 돌아간지 10주기를 맞아 수원박물관에서는 수원시와 독도박물관, 독립기념관, 현충사 등에 기증된 대표적인 유물들을 한 자리에 모아 사운 이종학 특별기획전 '끝나지 않은 역사전쟁'을 제67회 광복절을 맞아 8월 14일부터 10월14일까지 펼쳐 보인다.

사운 선생은 3·1 민족해방운동이 가장 치열하게 벌어졌던 현재의 화성시 우정면 주곡리에서 태어나 한학을 공부하였고 이후 고서점을 운영하며 1970년대 초 유명 장서가 서인달로부터 영토사, 임진왜란, 충무공 이순신과 관련한 자료 등을 인수받아 우리의 역사를 지켜줄 자료들을 찾는 일에 본격적으로 뛰어 들었다.

"역사가 대대로 누릴 정신의 옥토라면 지금 제대로 갈아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마음으로 '역사를 김매기'한다는 뜻의 사운(史芸)이라고 자신의 호를 짓고 역사와 영토 분쟁에 관한 기록을 운명으로 여기고 일생을 바치게 된다.

선생은 충무공 이순신이 걸었던 백의종군의 길을 직접 도보로 왕복하며, '난중일기' 번역본의 오역을 바로잡고, 이순신이 바다와 육지에서 모두 싸움에 능했다는 사실과, 거북선의 실체 등을 자세하게 밝혀내었다.

이순신이 승전했던 임진왜란은 우리나라와 일본의 싸움이기도 했지만, 중국과의 삼국 항쟁이기도 하였다. 즉, 이순신과 관련된 자료의 수집은 끝나지 않은 역사전쟁의 서막이었다.

지금도 일본은 독도를 자국의 영토라고 망언을 되풀이하고 있으며, 대륙 진출의 야욕을 버리지 않고, 교과서 문제를 일으키며 역사 왜곡을 저지르고 있고 중국은 '동북공정'이라는 이름으로 우리의 땅이었던 간도를 저들의 역사로 편입하는 일을 서슴지 않는 등 역사에 죄를 짓고 있다.

사운 이종학 선생은 충무공 이순신, 간도 영유권 자료, 국권피탈과 일제 강점기의 식민지배 자료, 그리고 독도는 우리 땅임을 보여주는 자료를 중심으로 수집하였다. 또한 사운 선생은 '화성' 이름 찾기와 세계문화유산 등록에 절대적인 역할을 하였다.

이러한 대표적이고 귀중한 역사 자료들이 사운 선생이 가장 사랑했던 우리 수원에서 열리게 되는 것은 매우 자랑스럽고 행복한 일이며 조국과 민족에 대한 그의 열정이 다시 세상에 빛을 보게 되는 것이다.

수원박물관이 정성을 다해 준비한 특별기획전 '사운 이종학, 끝나지 않은 역사전쟁'을 통해서 아직도 대륙침략의 야욕을 버리지 않고 군국주의에 불타는 저들의 무모함과 역사왜곡을 지적하고, '역사는 기록이 가장 중요한 것을 말해준다'는 교훈 속에 우리 국민들이 올바른 역사의식과 나라사랑의 마음을 되살려보았으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