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찍힌놈들'로 연극 마니아들에게 제대로 눈도장을 '찍은' 극단 내여페가 새로운 연극 '금지가요왜사'로 관객몰이에 나섰다.
'금지가요왜사'는 불순하다는 이유로, 가사가 반말이라는 이유로 각종 석연치 않은 이유들로 한국가요를 정치화했던 1970년대의 한국대중가요사를 유쾌한 웃음과 감동으로 풀어낸 풍자극이다.
극단 내여페는 금지가요왜사가 우리 가요를 왜곡된 시선으로 바라보던 군사정권의 '왜·사(史)'이기도 하고, 지금의 가치관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왜(Why)사(史)'이기도 하다고 설명한다.
이번 연극의 관람포인트는 캐리커처와도 같은 연기, 배우들의 과장되면서도 실제 모습을 바탕으로 한 연기다. 가수 조영남과 송창식, 윤시내 등 실제 인물이 등장하기 때문에 배우들은 등장인물의 특징을 강조하면서도 사실적인 묘사를 모두 담았다.
지난달 27일 첫 공연을 시작했지만 벌써부터 반응이 뜨겁다. 주로 20, 30대가 많이 찾는 대학로 극장가에 중장년층을 끌어모은 것. 특히 20대인 자녀와 함께 공연장을 찾는 가족단위(?) 관람객들이 줄을 잇는다.
극중 송창식과 조영남 등 당시 가수들을 연기하는 멀티맨 배창호(32)는 "어머니로 보이는 관객이 아들에게 당시를 설명하기도 하는 모습을 종종 본다"며 "중장년뿐 아니라 전 세대에 걸쳐 공감할 수 있는 공연으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금지가요왜사가 단순히 복고풍의 공연만은 아니다. 공연장에서 소개되는 20~30개의 가요가 주는 감동은 40여년이 지난 지금에도 20, 30대 젊은 관객들에게도 강하게 작용해 인터넷에는 각종 추천평이 올라오고 있다.
군인 윤학규 소위를 맡은 김권(31)은 "사실 우리 세대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연기를 위해 당시의 노래를 찾아 듣다 보니 나도 모르게 빠져들었다"며 "다양한 장르에 감성이 녹아들어 있는 1970년대 음악의 매력을 공연에 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지가요를 지정하는 조국 중위 임영준(32)도 "노래가 좋다 보니 금지가요를 만드는 입장을 공감하기 어려웠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옴니버스 형식으로 진행되는 '금지가요왜사'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가 지나치게 제한되던 1970년대 긴급조치시대를 정치적이기보다는 웃음과 감동으로 관객들과 공감할 수 있도록 묘사한 작품으로 다음달 23일까지 대학로 알과핵 소극장에서 펼쳐진다. 문의:070-7664-8648
/김성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