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신용자 100만명이 '약탈적 대출'이란 지적을 받는 신용카드사의 리볼빙(revolving) 제도에 발이 묶였다.

   평균 신용등급이 5.5등급인 리볼빙 이용자는 돈을 한 달만 못 갚아도 금세 8~9등급으로 전락한다.

   금융당국은 우리나라에서 카드사의 리볼빙 제도를 이용하는 고객이 290만명이라고 9일 밝혔다.

   리볼빙은 카드 사용액의 5~10%를 갚고 나머지는 상환을 미루는 제도다. 카드로 물건을 사는 신용판매에 도입됐지만, 현금서비스에 더 많이 이용된다.

   리볼빙 제도를 이용하는 고객의 평균 신용등급은 5.5등급이다. 신용등급은 보통1~3등급이 상위 계층, 4~6등급이 중간 계층, 7~10등급이 하위 계층으로 나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평균적으로 보면 리볼빙 이용자는 신용등급 중간 계층의 아랫부분에 분포한다"고 말했다.

   이들이 리볼빙 제도를 이용해 일부만 갚고 미뤄둔 미결제 금액은 1인당 약 210만원이다.

   미결제 금액은 언젠가는 갚아야 하는 돈이다. 1개월만 상환을 연체해도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할 수 없는 8~9등급으로 낮아진다고 금융당국은 설명했다.

   리볼빙 연체율은 3.1%로 전체 카드사의 연체율 2.1%보다 높다. 리볼빙 이용자 가운데 약 100만명이 신용등급 7~10등급의 저신용층인 것으로 잠정 파악됐다.

   개인신용평가사인 코리아크레딧뷰로(KCB) 관계자는 "리볼빙도 다른 대출과 마찬가지로 연체되면 바로 신용등급이 급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용회복위원회 관계자는 "리볼빙을 이용했다가 이자 부담으로 '카드 돌려막기'를 한 끝에 채무 불이행자(신용불량자)로 전락한 사례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카드사들은 현금서비스 고객을 대상으로 리볼빙 제도를 운용해 막대한 수익을 챙긴다. 리볼빙에 20~30%의 고금리를 매기기 때문이다.

   카드사 이익은 2010년 15조원에서 2011년 18조2천억원으로 21% 늘었다. 현금서비스와 카드론 등으로 거둔 이익은 7조8천억원에서 9조6천억원으로 24% 늘었다.

   금융연구원 이재연 선임연구위원은 "카드대출은 신용카드 결제가 불가능할 때 현금을 뽑아 쓰라고 도입했는데, 리볼빙 등으로 도입 취지가 변질됐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은 "외국의 사례를 보면 미국 등 카드발급 자체가 우량 고객에 한정돼 위험이 크지 않은 곳도 있지만, 마구잡이로 카드가 발급된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며 리볼빙 이용자의 카드 사용 한도 축소를 제안했다.

   금융당국은 현재 5~10%인 리볼빙의 최소결제 비율을 높이고 금리를 낮추는 등 제도개선에 착수했다. 리볼빙 이용자의 대출한도 축소도 검토한다.

   리볼빙의 도입 취지에 맞지 않는 현금서비스에는 리볼빙을 금지하는 방안도 논의한다.

   금융당국은 이달부터 7등급 이하 저신용자에게 카드 신규 발급이 제한돼 무분별한 리볼빙 이용이 다소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일부 카드사는 최근 당국의 지침을 따라 신규 리볼빙을 제한하거나 6등급 이상 고객에만 리볼빙을 허용하기로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