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물이 저렇게 오랜기간 초록빛으로 변한 것도 처음 보네요."
9일 오전 11시께 팔당호와 인접해 있는 광주시 금사면에서 만난 주민 김모(50·여)씨는 걱정스런 눈빛으로 한동안 팔당호를 지그시 내려다봤다. 이곳에서 농사를 지으며 도로변에서 농산물을 팔고 있는 그는 "여름철에 이렇게 오랜기간 녹색으로 물든 것은 처음인 것 같다"며 "저게 다 우리가 먹는 물 아니냐"고 한숨을 내쉬었다.
녹조가 북한강의 팔당호를 거쳐 한강 본류인 서울 잠실 수중보까지 긴 띠를 형성해 녹조주의보까지 내려지는 등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녹조는 봄·가을 가뭄철 하천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자연 현상중 하나다. 하지만 비가 많은 여름철 장기화된 녹조현상은 사례를 찾기 힘들다. 무더위로 진행 또한 빨라 대책에도 어려움이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수도권의 젖줄까지 영향권에 본격 접어들면서 시민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날 찾은 팔당호와 북한강 일대는 강물이 전반적으로 녹색을 띠고 있었다. '마름' 등 팔당호에 서식하는 수생식물 때문에 더욱 녹색이 짙어보인다는 게 팔당수질개선본부측의 설명이지만, 지역 주민들은 예년보다 늘어난 거품띠를 볼때 녹조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녹조 현상은 봄·가을철 가뭄시기와 맞물려 연중 발생하는 자연 현상중 하나다. 팔당호와 북한강 일대는 '워터제트' 방식을 통해 녹조 제거 작업을 하는 작업선들이 분주히 움직였다. 물을 빨아들인 후 다시 뱉어내는 순환과정을 통해 물속에 공기를 주입하도록 하는 '워터제트' 작업은 조류 제거에 꽤나 효과적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 그리고 팔당호와 북한강 곳곳에는 조류방지막이 설치돼 있었다. 하지만 상수원보호구역내의 부유쓰레기들은 이같은 작업마저 어렵게 하고 있다.
팔당수질개선본부 관계자는 "7월 한 달에만 8척의 선박과 매일 30여명이 투입돼 수거한 쓰레기 양만 550㎏에 달한다"며 애로를 호소했다. 황토 살포도 녹조 대책중 하나지만, 원료 구입에 애를 먹어 내주중에나 추가살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녹조 장기화에 따른 지역민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남양주에서 농사를 짓는 A씨는 "녹조 때문에 식수·농업용수에 해를 입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양평 등 인근 남한강 유역의 수상스포츠 운영자들도 손님이 뚝 끊겨 울상이다. 한 운영자는 "한창 영업이 성행할 시기인데, 녹조 때문에 개점 휴업"이라면서 "이곳은 녹조가 발생하지도 않은 곳"이라며 억울해 했다.
/김태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