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단비는 18년만에 찾아와 보름넘게 사람들을 지치게 만들었던 가뭄과 불볕더위(폭염)를 한풀 꺾이게 만들었다. 여기에 좀처럼 식을 줄 모르는 높은 기온으로 인해 한강 전역을 뒤덮으며 수도권 주민들의 식수원을 위협했던 녹조를 일시적으로나마 감소시킬 것으로 보인다. 물론 연이은 더위로 정부 당국을 긴장시켰던 전력 수급 비상사태도 어느정도 진정될 기미다.
기상청은 이번 주부터 지역마다 강수량 차이를 보이겠지만 우리를 더위에 지치게 했던 북태평양고기압이 물러나고 기압골이 주기적으로 우리나라를 통과하면서 비가 자주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낮 기온도 평년과 비슷하거나 조금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따라 이번 단비는 일단 폭염과 녹조, 전력 수급 비상사태 등 많은 사람들에게 걱정을 안겨줬던 문제들을 모두 한순간에 해결해 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다. 폭염과 녹조가 그렇고 전력 수급문제도 이번 비로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우선 폭염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고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세계 각지에서 동시에 발생하고 있어 세계 각국이 함께 노력해야 할 일이다. 그렇다고 손을 마냥 놓을 수는 없다. 폭염에서 국민들의 건강을 지켜내는 다양한 대책도 필요하다. 해가 갈수록 지구는 더 뜨거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폭염의 후폭풍인 녹조는 이번 비 이후에도 간헐적으로 비가 오더라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녹조는 수중 생태계를 파괴하는 것은 물론 사람들의 건강상 문제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대책 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 마냥 비만 기다릴 수도 없고 폭염 탓만 하는 것은 구차한 변명이다. 조류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오염원 관리부터 발생된 조류 제거와 정수처리 강화에 노력해야 한다. 일부 지자체에만 설치돼 있는 고도정수처리시설 도입도 한 방법이다.
특히 최근 이슈화되고 있는 전력 수급 문제는 이번 비와는 상관없이 정부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이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반드시 해결해야 할 일이다.
이번 전력수급 비상은 정부의 빗나간 예측과 값싼 전기료가 낳은 위기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단순하게 지금 가격이 싸기 때문에 사람들이 이를 낭비하고 있다며 가격을 올려서 사용(소비)을 억제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은 아니다. 물론 값싼 전기요금 정책이 전력 수요를 키우는 데 한몫했다는 데 큰 이견은 없어 보인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무엇보다 철저한 수요관리 예측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당장 발전소를 건립할 수도 없고 가격을 대폭 올릴 수도 없는 상황에서는 우선 단기적인 수요관리 예측과 함께 발전소 건립 등의 장기적인 대책을 동시에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국민들도 이제는 매년 되풀이 되고 있는 전력 수급 비상사태를, 예측을 잘못한 정부 탓으로만 돌릴 일이 아니다. 국민들도 그동안의 전력 소비행태를 곰곰이 곱씹어 봐야 한다. 분명히 아낄 수 있는 부분이 있음에도 부담없는(?) 가격이란 이유로 무심코 전력을 낭비하고 있지는 않은지 평소 생활태도를 점검해 볼 때다. 몇개월 후 또 다시 전기난방으로 인한 전력위기에서 벗어나기를 원한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