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왜 우리는 현장에서 이를 체감하지 못할까? 1년 밖에 되지 않았으니 좀 더 기다려 볼 수도 있다. 하나 굵직한 정책에 비해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우리나라 전체 종사자 88%의 고단한 삶은 나아지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동반성장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엷어졌다. 동반성장에서 경제민주화로 화두가 옮겨간 탓도 아닐 것이다.
애초부터 우리는 동반성장에 큰 기대를 안 했는지 모른다. 작년에 삼성은 MRO(소모성자재구매대행업) 사업 지분을 매각했다. 그러나 여전히 삼성은 사실상 지배주주 역할을 하고 있다. 대표이사 자리는 삼성 출신이 맡고 있다. 삼성뿐만 아니다. LG의 MRO 회사인 서브원은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올해 매출이 5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브원은 상장도 하지 않은 회사이다.
동반성과든, 경제민주화든 문제의 본질은 양극화 해소다. 양극화의 핵심은 소득의 양극화이다. 소득의 양극화 구조는 1%의 경영주와 99%의 근로자이다. 1%의 경영주는 비단 대기업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중소기업도 예외일 수는 없다.
중소기업에 대해 몇 가지 불편한 진실이 있다. 이 불편한 진실이 현장에서 체감하지 못하는 동반성장의 진실이다. 그리고 이 진실이 99%의 근로자를 위하는 길이며, 진정한 양극화 해소로 가는 길이다.
우리나라에는 31만8천개의 제조 중소기업이 있다. 그 중에 종사자 5인 이상의 제조 중소기업은 약 11만6천개이다. 이들의 59%가 중소기업간 거래를 하고 있다. 대기업과 거래를 하는 중소기업은 17%에 불과하다. 대기업에 납품을 하는 17%의 중소기업에 납품을 하는 중소기업이 59%라는 것을 의미한다. 동반성장을 통해 17%의 중소기업이 나아지고, 그리고 59%의 중소기업이 나아지고, 그리고 20만 개 중소기업이 나아지기까지 우리는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된다 해도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종사자의 월급봉투가 두터워지기까지 또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가?
또 다른 불편한 진실은 우리 중소기업의 종사자당 부가가치가 절대 낮지 않다는 사실이다. 흔히 중소기업하면 열악하고, 선진국과 비교해서 경쟁력이 턱없이 낮은 것으로 알고 있다. 제조 소기업(종사자 10~49인)의 종사자 1인당 부가가치는 6만8천643달러이다. 독일 소기업(4만5천619달러)보다 높은 수준이다. 환율 등 여러 가지 경제변수를 감안해도 웬만한 EU 국가들보다도 높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 소기업 종사자들이 받는 임금은 연간 1만9천121달러이다. 독일의 소기업 종사자가 받는 임금은 연간 3만3천336달러이다. 일한만큼 임금을 받지 못한다고 볼 수 있다.
근로자의 임금을 높이는 것이 소득 양극화를 줄이는 방법이다. 따라서 일한만큼 대우를 받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임금을 주는 경영주의 문제일 수 있고, 기업을 운영하면서 들어가는 비용 때문에 벌어들인 만큼 임금으로 다 주지 못할 수도 있다. 분배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가 양극화의 시작이다. 여기서 문제를 찾아야 하고, 이를 해결해야 한다.
중소기업도 양극화 해소에 있어 더 이상 보호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스스로 문제점을 인식하고, 더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대한 답을 내놓아야 하는 시점이다. 그래야 양적으로 한국 사회의 중심이 아니라 질적으로 한국 사회의 중심이 될 수 있다. 존경받는 기업인이 되어야 하는 사명은 꼭 대기업 총수에게만 해당하는 사명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