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송도국제도시에 사는 오스트레일리아인 A(55)씨는 최근 송도의 한 도로에서 난 교통사고로 고생을 했다. 한국인이 모는 차가 A씨의 차를 들이받았는데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 사고 현장 목격자, 사고 차량 운전자 어느 누구와도 의사소통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1시간가량을 씨름하던 중 이 곳을 지나가던 학생이 통역을 도와준 덕분에 겨우 사고처리를 할 수 있었다.
#2. 2011년부터 송도에 거주하는 30대 독일인 부부는 1년째 외식을 하지 못하고 있다. 송도국제도시의 한 음식점을 찾았다가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 주문도 하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와야 했던 끔찍한 경험 때문이다. 레스토랑의 메뉴판에는 그들이 이해할 수 없는 한국어 밖에 없었다. 메뉴판에 그림이나 영어로 음식을 설명해 외국인이라도 주문이 가능하게 하는 배려는 찾아볼 수 없었다. 점원에게 주문내용을 설명하던 부부는 미안한 마음에 레스토랑을 떠나 슈퍼마켓에 가 원하던 음식의 재료를 사 요리를 해먹었다. 번거로웠지만 부부의 마음은 편했다. 그 뒤 부부는 외식을 시도하지 않게 됐다.
말뿐인 송도'국제'도시에 사는 외국인들이 의사소통 문제로 불편 수준을 넘어 혼란을 겪고 있어 해결책 마련이 필요하다. ┃관련기사 3면
영어 소통 문제는 외국인들이 임대해서 생활하고 있는 아파트 단지에서부터 시작된다. 단지 내에서 한국어 방송이 나올 때면 외국인들은 '무슨 일이 일어난 것 아니냐'며 불안에 떨기도 한다.
킬라파르티 라마크리쉬나 UN ESCAP 동북아사무소 대표는 "아파트 내에서 가끔 방송이 나오는데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어 불편하다. 아파트 주방 등에 설치된 모니터에서 나오는 말도 못 알아듣긴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아파트 곳곳에 붙어있는 입주자들을 위한 안내문도 외국인들이 이해할 수 없긴 마찬가지. 이 때문에 외국인들은 쓰레기처리 방법이나 단지 내 주의사항을 모른 채 생활할 수밖에 없다.
위급상황 때 찾게 되는 112, 119 등의 서비스도 3자 통역을 거쳐야 해 급한 신고 접수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외국인들이 신고 전화를 걸면 경찰이나 소방서는 통역해 줄 사람을 찾아준다. 동시통역자를 찾고 통역해 전달하는데 시간이 소요되고, 신고내용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기도 한다. 송도국제도시에 사는 한 영국인은 법원에서 교통사고와 관련한 벌금을 내라는 문자를 한국어로 받은 뒤 '스팸'문자로 착각해 납부를 하지 않아 수배당할 뻔한 일도 있었다.
송도 외국인 자문위원회(Foreign Advisory Board) 솔로몬 디아스 회장은 "주거지에서부터 위급상황등까지 소통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주변 외국인들이 많은 불편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자문위원회는 언어소통의 불편 때문에 자구책으로 외국어 소통이 가능한 분야별 업소 리스트를 구축하기에 나선 상황이다. 하지만 이 리스트에는 인천에서 의사소통이 가능한 업소를 찾지 못해 공란으로 남거나 서울에 있는 업소를 소개하는 경우도 많다. 회계법인의 경우 송도국제도시나 인천에서 의사소통이 가능한 곳을 찾지 못해 서울 지역 2개 업체가 소개되어 있다.
솔로몬 디아스 회장은 "세금 관련 업무는 인천이나 송도에 의사소통이 가능한 곳이 없어 매번 서울에 가고 있고, 이 때문에 서울 사무실을 홈페이지에도 소개해 놨다"며 "송도국제도시에 점점 더 외국인 수가 늘어나는데 이렇게 불편한 상황이 계속되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고 지적했다.
/홍현기기자
영어 안통하는 송도국제도시 외국인 불편 넘어 '생활 마비'
식당 메뉴 선택·위급상황 신고접수 '발동동'
아파트 한국어 방송땐… '무슨일 났나' 불안
입력 2012-08-15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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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16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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