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성남시 판교신도시에 건설한 '인공 실개천'이 수원(水源) 예측 잘못 등으로 물이 없어 2년 넘게 방치되고 있다. LH는 판교지구 택지개발사업의 하나로 2008년4월부터 2009년 12월까지 32억원을 들여 보행자도로와 공지에 7개 노선, 길이 2.4㎞의 실개천을 조성했다.

신분당선 판교역에서 끌어올린 지하수를 화강석과 호박돌 등으로 만든 수로를 따라 흐르게 한 도심 물순환시스템으로 조망과 활용을 모두 고려해 수로 중간에 연못, 분수, 물놀이 공간도 만들었다.

하지만 준공 2년이 넘도록 실개천에는 물이 흐르지 않고 있다. 수중모터가 있는 펌프 설비는 천막으로 덮인 상태이고 수로 곳곳에는 쓰레기도 눈에 띈다. 비가 내리면서 오니와 이물질이 흘러들어 기계ㆍ전기설비의 고장마저 우려되고 있다. 실개천 옆 한 상인은 "보기 드문 실개천 풍경을 기대하고 상가를 임대해 들어왔는데 물이 없어 가동하지 못한다니 황당하다"고 말했다.

인근 주민은 "도심 명물은 고사하고 대책없이 방치돼 통행에 방해만 되는 흉물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고 했다. LH는 물순환시스템 설계 당시 판교역 지하에서 유출되는 수량을 하루 6천t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하루 800t만 나오는 등 수원 확보에 실패했다.

신분당선 판교역 아래쪽에 성남~여주 전철 역사가 새로 건설되고 인근 판교테크노밸리 건물들이 자체 지하수 활용시설을 시공하면서 지하수량이 줄었다는 설명이다. LH는 이후 인근 운중천 물을 끌어들이는 방안을 검토했다가 지형(경사), 수량(수위영향), 지질(암반) 여건 때문에 포기했다.

LH의 한 관계자는 "지하수와 상수도 혼합 공급방안이 가장 안정적이고 현실적이다"며 "성남시와 협의해 시설물 보완공사를 거친 다음 내년 5월 가동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시설물 인수를 거부한 성남시는 수돗물 사용 방안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성남시 관계자는 "정상 가동되지 않으면 시설물을 인수할 수 없다"면서 "한 번 흐른 물을 다시 사용하지 않는 방류시스템을 재사용하는 순환시스템으로 바꾸지 않으면 물값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성남/김규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