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교사가 학교장의 기쁨조인가요?"
인천 한 여교사의 '투서'로 교육계 안팎이 크게 술렁이고 있다. 술자리 신체접촉 등 일부 몰지각한 학교 관리자들의 온갖 추태와 만행을 고발하는 투서다. 특히 이런 문제가 자신뿐 아니라 인천 교직사회에 만연돼 있다고 폭로하는 일종의 내부 고발이어서 적잖은 파문이 예상된다.
인천시교육청 한 고위 공직자 앞으로 얼마 전 1통의 투서가 도착했다. 이 여교사는 익명으로 "승진을 앞둔 여교사들의 말 못할 사정을 대변하고자 한다"고 운을 뗐다. 투서 내용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이 여교사는 "승진을 앞둔 여교사들에게 관리자(교장을 지칭)들이 보직을 주고 근평(근무성적)을 준다는 명분으로 술자리와 신체접촉 등을 요구한다"고 토로했다.
노래방에서 껴안기, 얼굴과 몸 비비기, 무릎에 손을 올리기 등 버젓이 성추행까지 벌어지기도 한다는 것이었다. 이를 거부하면 "이래서 근평을 못 받았지?", "이래서 어떻게 승진하겠어?"라는 말이 돌아온다고 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그는 어떤 교장들은 "승진을 앞둔 여교사들에게 출장, 애경사, 사전 답사 등 장거리 출장에 동행하길 원한다"고 했다. 심지어 1박을 하는 출장에도 승진을 앞둔 여자 보직 교사를 원하고, 성희롱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고 했다.
특히 여교사를 불러다 놓고 "오늘 옷이 섹시해 밤무대 가도 되겠다", "몇 남자나 만났냐" 등 성적 수치심과 모욕감을 주는 발언을 공공연하게 한다는 주장이었다.
시교육청은 이 투서를 접수한 뒤 공직기강 확립을 주문하는 나근형 교육감 명의의 서신을 일선 학교에 보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여교사는 두 번째 투서를 다시 보내왔다.
그는 "나근형 교육감의 강력한 결단이 담긴 서한이 교장 서랍에서 잠자고 있다"고 토로했다. 학교 현장에서 아무런 변화가 없다는 것이었다. 이 여교사는 "이름을 밝히지 못해 죄송하다"며 "제발 도와 달라"고 거듭 호소했다.
이 모든 것이 사실이라면 승진을 앞둔 여교사들은 어떤 이유에서 어디에다 하소연도 못한 채 속앓이를 해야만 했을까. 이 여교사는 다시 세 번째 투서를 보냈다.
수신처는 앞서 시교육청 고위 공직자가 아닌, 인천시의회 교육위원회 노현경 의원이었다. 그는 이 투서에서 "근평이 교장의 펜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자면, 한 교사가 동료 교사들의 다면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아도 교장이나 교감이 나쁜 점수를 주면 승진에서 밀리는 구조라는 것이다. 다수의 승진 경쟁자가 있을 경우 한 여교사가 1등이 됐다면 '돈이야, 몸이야'라는 치욕적인 얘기가 교육현장에서 오간다는 것이었다. 그는 "2차 서한을 교육청에 보냈지만 감감무소식이다"며 노 의원에게 전체 여교사를 대상으로 한 무기명 설문조사를 요청했다.
노 의원은 "여교사의 입장에서 입에 담기조차 힘들 만큼 들춰내기 부끄러운 교직사회 내부의 치부가 드러나게 된 것이다"며 "전교조 인천지부나 지역의 여성 인권단체 등과 함께 실태조사에 나서는 한편, 시교육청에 실질적인 대책마련을 촉구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시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우선 사실관계를 따져봐야 할 사안이다"며 "하지만 마치 교직사회 전체에 일반화돼 있는 문제점으로 비춰질까봐 안타까운 마음이다"고 걱정했다.
/임승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