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여명을 대상으로 효인문학캠프를 진행하기로 기획하였는데 무려 8배가 넘는 500여명이 신청을 하여 어렵게 선발을 하여 진행하고 있다는 교육 담당 스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깜짝 놀랐다. 이 어려운 주제의 캠프에 이토록 많은 이들이 신청을 하였구나 하고 말이다. 청소년 본인이 직접 신청을 한 것인지 아니면 부모님의 권유에 의해 신청된 것인지 확인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많이 신청을 한 것은 우리 사회가 아주 타락하지는 않았다는 반증이었다.
오전 7시20분부터 진행된 강의 시간에도 똘망똘망한 눈빛을 발산하는 녀석들은 정조와 다산의 효행과 리더십에 깊이 빠져들어가고 있었다.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조선의 국왕이 된 정조, 정조를 보좌해서 새로운 조선을 만들고자 했던 다산 정약용 선생의 삶은 청소년들에게 귀감이 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였다. 질문도 예리하고 진지하였다. 이 캠프가 이들을 바꾸는 것인지 아니면 원래 자질이 좋은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이 녀석들이 훗날 이 나라를 이끌어가겠구나 하는 생각이 뇌리에 스쳤다. 아쉬운 시간을 마무리하고 정조대왕의 능인 건릉으로 향했다. 정조의 승하일에 건릉을 참배하는 것이 오랜 일이었기 때문이다.
9시가 조금 넘은 그 시간에 융건릉은 고요 그 자체였다. 아침에 비가 많이 왔던 일기 때문이었는지 더욱 고요했다. 건릉으로 들어가는 솔숲길은 정조를 만나러 간다는 생각 때문이었는지 신성함이 가득했다.
아무도 없는 그곳에서 정조의 능 앞에서 참배를 올렸다. 그리고 기도를 드렸다. 제발 이 나라를 살려달라고…. 212년 전 돌아가신 정조가 다시 살아나 날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이 나라를 살릴 길이 어디 있겠냐만은 필자의 소원은 간절했다. 나라는 분단된 지 60년이 지나도 통일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날로 대립은 커져가고, 양극화는 심해지고, 서로의 이익을 위해 한 마을에 살아도 원수처럼 여기게 되어 공동체는 파괴되어버린 사회가 바로 오늘 우리 대한민국이다.
2012년 8월 15일, 정조대왕의 승하일이자 해방을 맞이한 광복절에 정조의 능 앞에서 서 있던 한 인간은 절망하고 있었다. 과연 이 나라가 올바른 나라로 다시 설 수 있을까? 일제강점기부터 득세한 친일파가 해방 이후에도 여전히 그 권력을 놓지 않고 오늘날까지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을 모두 차지한 이 나라에서 과연 희망이 존재할까 하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그 순간 갑자기 정조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하였다. 그리고는 잠시 전 용주사 효행문화원에서 함께 하였던 청소년들의 모습이 환하게 떠올랐다. 희망은 이곳에 있는데 어찌 나에게 기도를 하냐는 정조의 음성은 더욱 커져만 갔다. 맞다! 희망은 우리 청소년들에게 있었다. 권력과 금력을 얻고자 하는 이들의 세상은 얼마 가지 않을 것이다. 머지않아 효와 청렴 그리고 소통과 통합의 정신을 가진 이들이 이 나라의 주역이 될 것이다. 그러니 희망을 포기하지 말고 세상을 위해 나아가야 한다. 이 아름다운 청소년들이 청년이 되어 세상 사람들과 함께 평화와 평등이 가득한 나라로 만들어 줄 것이다. 그래서 효인문학캠프는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