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근대건축물로 남한 최초로 기계식소주를 만들었던 조일양조 건물을 지역의 문화·예술인들의 철거 반대에도 불구, 인천시 중구청이 공영주차장을 만들기 위해 지난달 30일 철거(사진 왼쪽)한 반면 민간인이 100년 이상 된 일본식 건물을 매입해 외형과 구조를 보존한 채 시민들이 편하게 드나들 수 있는 장소로 단장시킨 '카페 Pot_R(팟알)' 전경. /임순석기자

개항도시 인천은 문화재급 주요 건축물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문화재 외 근대문화유산에 대해서는 정확한 실태조차 파악되지 않은 상태다. 이런 가운데 개인 주도의 새로운 방식으로 근대문화유산을 활용하는 사례가 나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경인일보는 이를 계기로 인천의 문화유산 현황과 활용실태를 점검해보고, 타 지역의 문화유산활용 사례를 비교·분석해 향후 인천의 근대문화유산 활용방향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 주

#지난달 말 남한 최초로 기계식 소주를 만들었던 조일양조건물이 철거됐다. 그 자리에는 20면의 주차장이 들어설 예정이다. 앞서 조일양조 건물의 철거소식이 전해졌을 때, 지역의 문화·예술인은 철거를 반대했다. 인천의 역사와 의미가 담겨있는 건물인 만큼 그 활용방안에 대해 논의해보자는 의견이 개진됐다. 하지만 중구에서는 철거계획을 관철시켰고 결국 공영주차장이 들어섰다.

#조일양조 건물이 철거된 후, 며칠이 지나지 않아 인천시 중구에 새로운 카페가 문을 열었다. 개항시기 일본인이 운영했던 하역사 건물의 외형을 보존한 채, 내부공사를 거쳐 카페로 단장시켰다. 이 과정에서 건물에 대한 새로운 역사가 드러나기도 했다. 당초 1930년대 건축물로 알려진 이 건물이 1890년대 건축된 것으로 확인됐으며 등록문화재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 사례는 근대문화유산을 보는 인천시의 시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문화재로 지정되기 힘든 건축물이나 문화유산에 대해서는 활용계획에 대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뿐 아니라, 근대 건축물에 대한 제대로 된 현황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는 게 인천의 현실이다.

조일양조 건물의 경우, 인천시가 2004년 펴낸 '인천시 근대문화유산 목록화조사보고서'와 문화재청에서 작성한 '2008비지정 건조물문화재 보고서'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조일양조 건물이 제대로 알려진 것은 인천발전연구원이 2009년 펴낸 '인천지역 근대산업유산의 문화적 재활용에 관한 연구'에서 소개되면서부터다. 보고서는 "양조업 제조 공장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은 1890년대에 술을 빚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강화양조장(2009년 건축주에 의해 철거)이며 현존하는 인천의 가장 오래된 근대적 제조업체는 1919년에 일본인이 운영한 '아사히(조일)양조장'으로 기록되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인천에서 가장 오래된 양조장 두 곳이 최근 3년동안에 잇따라 철거됐으며, 이 중 한 곳은 지자체에 의해 철거가 이뤄진 것이다. 이처럼 자치단체가 근대문화유산을 외면하는 사이 민간영역에서 근대건축물을 매입해 시민들이 편하게 드나들 수 있는 장소로 단장시킨 사례는 주목받을 만하다. 이름은 '카페 Pot_R(팟알)'. 100년 이상 된 일본식 건물의 외형과 구조를 보존한 채, 개항시기를 엿볼 수 있도록 내부를 꾸몄다. 지난 18일 문을 열었으며 오픈 기념으로 개항장엽서 전시회가 열렸다.

/정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