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중구 북성로는 1907년 대구읍성이 헐린 뒤 만들어진 신작로다. 당시 북성로는 양복점, 술집, 목재회사, 건축회사 등이 들어선 지역상업의 중심지였다. 광복 이후에는 농기구점과 철공소 등이 들어서기도 했다. 1980년대에는 공구상과 공업사가 빽빽이 들어선 전국 최대의 산업공구골목으로 명성을 날렸다. 하지만 30여년이 지난 현재, 곳곳에서 폐점하는 공구상가가 늘어나는 등 지역은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이 북성로에서 새로운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강점기 건물을 리노베이션해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으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이다.
지난 10일 오후 북성로 공구골목. 500m가량 이어진 길의 양 옆으로 촘촘히 들어선 공구상가들 사이에 이가 빠진 것처럼 폐점을 한 상가건물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 공구상가들 사이에는 작지만 이질적인 목조건물이 자리하고 있었다. 건물 앞에는 'Cafe삼덕상회'라는 간판이 내걸려 있었고, 목조건물에 어울리는 주황색 조명이 은은하게 비치고 있었다.
'북성로의 재발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추진된 삼덕상회 카페는 1930년대 건물을 리노베이션해 탄생했다. 내·외부 구조를 그대로 두고 리모델링이 이뤄졌다. 내부도 일본식 건물의 특징을 그대로 살렸다. 1층과 2층 모두가 카페로 이용되고 있고, 2층엔 다다미방이 마련돼 있었다.
삼덕상회 카페엔 젊은이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카페 2층 다다미방에 자리를 잡은 최지나(25·여)씨는 이번이 두 번째 방문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 또래들 사이에서는 이 곳이 '핫플레이스'로 소문이 났다"며 "일반적인 카페와는 다른 독특한 분위기가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최씨와 함께 카페를 찾은 임고은(27·여)씨는 경기도 구리에서 왔다. 그는 "옛날 느낌이 나서 인사동이랑 비슷한 느낌도 들지만, 인사동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며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느낌이고, 벽에 걸린 사진이나 지역에 대한 설명도 마음에 든다"고 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번화가에는 어울리지만 이 지역에는 맞지 않는 것 같다'는 의견도 있다.
카페지기 최민성씨는 "젊은이들과 공구골목 상인들에게 맞는 서비스를 개발해 제공할 계획이다"며 "앞으로 부족한 부분들을 보완한다면, 지역주민뿐 아니라 '대구의 명소'로 많은 분들이 찾는 곳이 될 수 있을 것이다"고 했다.
삼덕상회 카페가 탄생하기까지 중심적인 역할을 했던 권상구 도시만들기지원센터 사무국장은 "삼덕상회는 '이 지역을 변화시킬 수 있는 하나의 작은 점'이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이 지역의 더 많은 건물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된다면 지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뿐 아니라, 도시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정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