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은 1883년 전국 최초로 개항이 이뤄진 도시로 인천 곳곳에는 이러한 개항의 흔적들이 산재해 있다. 특히 중구지역엔 50~100년 된 건축물들이 즐비하며, 100년 이상된 건축물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개인 소유로, 과거의 흔적들은 점차 지워져 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민간영역에서 근대문화유산을 활용하는 사례는 향후 문화유산의 활용과 관련해 다양한 논의를 촉진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 문화유산에 대한 정의부터 = 아직까지 '문화유산'에 대한 명확한 정의조차 이뤄지지 않은 것이 인천시의 현실이다. 문화유산과 관련된 보고서마다 그 조사대상이 다르고, 내용조차 조사기관에 따라 제각각인 경우가 많다.

우선적으로 문화유산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이에 따라 현황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또한 기존의 '문화재' 개념과는 다른 인천만의 특징을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인천발전연구원 김창수 박사는 "기존에는 건물 하나하나에 대한 가치가 중심이 됐다"면서 "이제는 건축물 하나가 아닌, 그 건축물이 있는 공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해당 지역과 건축물의 가치를 판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를 위해서는 역사학자와 건축가, 지자체 등 관련 분야의 전문가 사이에서 논의가 이뤄져야 할 뿐 아니라 그 지역에서 살았던 사람들의 삶을 조명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했다.

■ '지자체'의 역할 중요하다=카페 팟알은 건물의 매입부터 리모델링까지 비용 등 모든 것을 민간영역에서 해결했다.

인천의 경우, 아직까지는 문화유산을 활용하는 움직임이 크지 않아 관의 역할이 없다면, 문화유산의 활용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인천재능대학교 손장원 교수는 "지자체에서 문화유산 활용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든 후, 이에 해당하는 민간에 컨설팅 비용이나 리모델링 비용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며 "이것이 장기적으로는 지역의 가치를 높일 뿐 아니라, 그 개인에게도 이익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지자체에서 효과적으로 설명하고 설득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 중요한 것은 '시민' = 대구 도시만들기지원센터 권상구 사무국장은 "지금까지의 문화정책이나 도시정책은 지자체와 건설업자라는 한쪽의 승리만이 있었을 뿐, 시민들의 참여는 극히 제한됐다"고 했다.

인천도 다르지 않다. 그동안 문화유산의 활용을 먼저 시작한 것은 정부와 지자체다. 문화재로 지정해 관광객을 유도하고, 근대건축물을 활용해 박물관으로 재탄생시켰다. 이 과정에서 시민들의 역할은 극히 적거나 없었다. 성공이든 실패든 그 열매는 '관'의 것이었으며, 이 방법들이 그 곳에 살고 있는 시민들을 배제시킨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문화유산을 시민들의 품으로 돌려보내야 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재를 살고 있는 시민들과 문화유산이라는 과거의 흔적을 결합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카페 팟알은 이러한 고민에서 시작됐다. 백영임씨는 "팟알을 무엇보다 이 곳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가깝게 느끼고, 직접 생활하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다"며 "박물관은 과거를 박제해 볼거리를 주지만, 현재의 생활과는 괴리돼 있다"고 했다.

/정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