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열린 민주통합당 대통령후보 선출을 위한 울산 경선에서 문재인 후보는 첫 경선지인 제주에 이어 50%가 넘는 득표율로 연속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문 후보는 환호했던 제주에서와는 달리 별도의 논평을 내지 않은 채 경선 현장을 빠져나갔다. 경선을 보이콧한 손학규·김두관·정세균 등 비문(非文·비문재인) 후보 3인은 모바일 투표 방식 변경 및 제주·울산 재투표가 성사될 때까지 경선 불참을 선언했다.
민주통합당은 경선 흥행을 통해 대선 경쟁력을 높이고 정권을 재탈환하겠다며 야심차게 지역 순회경선을 시작했다. 하지만 극단적인 '룰의 전쟁' 속에 불참과 파행이라는 볼썽사나운 모습이 연출됐고 전체 경선판에도 짙은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 제주 경선
지난 25일 제주에서 실시된 첫 순회경선에서 문 후보가 압도적인 표차로 1위를 차지했다. 투표 결과가 발표되기 전까지만 해도 각 후보 진영은 저마다 승리나 선전을 자신하며 한껏 고무된 분위기였다. 경선이 진행된 한라체육관은 두 시간 전부터 각 캠프 진영이 열띤 선거운동을 벌이며 민주당이 호언한 대로 '축제의 장'이 연출됐다.
현장에서 만난 정세균 후보측 신장용(수원정) 의원은 "일주일 전에 제주에 내려와 조직을 챙겼다"며 "표 향방을 가늠하기 힘들지만 잘 나올 것 같다"고 기대감을 표출했다. 손학규 후보측 조정식(시흥을) 의원은 "최선을 다했으니 좋은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두관 후보측 문병호(인천 부평갑) 의원은 "오늘이 무척 중요한데, 혼전양상이라서 뭐라 섣불리 이야기하기 힘들다. 뚜껑을 열어봐야 알 것 같다"며 다소 상기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문재인 후보의 압승으로 끝나자 비문 후보 측 분위기는 급랭했다. 제주 경선은 총 3만6천329명의 선거인단 중 2만102명이 투표해 55.3%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비문 후보들이 낮은 투표율을 근거로 모바일 투표 방식의 문제점을 제기하면서 '룰의 전쟁'이 시작됐다.
■ 룰의 전쟁
비문 후보측은 26일 오전 각각 대책회의를 열어 서로 유사한 요구안을 마련하고, 당이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울산 경선에 불참하겠다는 의사를 당에 전달했다. 비문 후보들은 특히 모바일 투표 응답 방식이 기호 순서대로 4명의 후보 이름을 모두 듣고 답해야 유효표로 인정되고 중간에 끊을 경우, 무효표가 되는 점을 문제삼았다. 후보들의 기호는 1번 정세균, 2번 김두관, 3번 손학규, 4번 문재인 순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당일 저녁과 26일 오전 제주 현지에서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개최해 비문 후보들의 요구를 일정 부분 수용한 절충안을 마련했다. 지도부는 제주·울산 모바일 투표를 재검표해 문제가 되는 선거인단의 경우 서울 경선 때 투표 기회를 주고, 향후 실시되는 모바일 투표는 미투표 처리에 관한 고지를 강화하는 방안 등을 제안했다. 지도부는 이 안을 4명의 후보에게 제시하며 경선 참여를 촉구했지만 비문 후보들은 "절충안은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집단 보이콧을 선택했다.
■ 향후 경선은
울산 경선은 애초 오후 2시께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후보자들 없이 두 시간여가량 지체된 뒤 치러지는 파행을 겪었다. 대의원 현장 투표때는 일부 참석자들이 고성을 지르며 단상 진입을 시도하고 단상 아래에 드러눕기도 하는 등 난장판이 벌어졌다. 또 비문 후보 캠프 자원봉사자들은 행사장 입구에서 "재투표 실시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연좌 농성을 벌였다.
민주당의 기대와는 달리 첫 주말 경선은 파행으로 얼룩졌다. 당내에서는 '박스떼기' 대리접수, 종이당원·유령당원 논란으로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으며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해 흥행에 실패한 2007년의 재판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편에서는 경선이 파행을 거듭한다면 당 지도부는 물론 비문 후보들도 적잖은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28일 강원 경선 이전에 절충점을 찾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김순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