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계운 / 인천대 교수
며칠전 태풍 볼라벤 및 덴빈 때문에 온 국민이 긴장했었다. 비바람으로 인하여 농작물의 피해가 컸고 제주도를 비롯한 서·남해안 일대는 집중호우로 인한 범람 피해도 대단했다. 지난해에 이어 지난 7월에는 서울 심장부인 강남역이 물에 잠겨 통행이 제한되었고 인천의 곳곳에서도 침수피해가 발생했다. 사실 장마기간 동안이나 태풍으로 인한 재해는 이미 예고된 재해나 다름없다.

왜냐하면 우리나라는 아시아 몬순지역에 속하여 매년 6~9월까지 4개월동안 1년 강우의 3분의2가 내리는 특성이 있고, 장마후에는 거의 매년 수차례의 태풍이 내습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와같은 홍수문제는 우리나라만의 경우는 아니며 기후변화로 인하여 그 강도는 점차 증가하고 있다.

기후변화 문제는 이미 전세계적으로 공동 해결과제가 되었으며 거의 모든 나라가 기후변화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하여 각종 방안을 마련중에 있다. 기후변화가 우리 생활 여러 분야에 영향을 끼치고 있지만 특히 강우량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비가 많이 오는 지역에는 강우강도가 더 늘어나는 경향이며 비가 적은 지역에는 강우량도 적어지는 경향을 보여 과거보다 물 문제가 더 심각하다. 특히, 강우강도의 증가는 과거 설치된 시설의 부족을 가져와 곳곳에서 홍수 범람이 일어나고 있다. 인천을 예로 들면, 기후변화로 인하여 강우강도가 10년마다 5%정도씩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와 같은 강우강도 증가에 따른 홍수문제는 과거와 같은 전통적인 방법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하다.

우리는 홍수를 비롯한 각종 재해 대책을 수립할 때 네덜란드의 사례를 종종 인용하곤 한다. 네덜란드는 전국토의 반 이상이 바다의 수위보다 낮아 홍수 배제나 바닷물의 역류방지 문제는 국가의 존망과 직결된다. 우리나라는 빗물 배제를 위한 하수도 설계기준으로 10~30년 빈도의 강우를 채택하고 위험성이나 중요도가 높은 강이나 댐의 경우 100년이나 200년 빈도의 강우량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네덜란드의 경우 1천250년 빈도까지 늘려가면서 홍수대책을 세워왔었지만 기후변화로 인한 문제 해결에는 한계가 있음을 느끼고, 전통적 방법에서 탄력적 홍수방어로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으로 방향을 선회하였다.

이른바 '탄력적인 홍수방어 (Flood Resilience)'의 개념은 생태학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이 개념은 어떤 일을 겪은 이후에 빠르게 원래의 기능을 회복하도록 시스템을 구성하는 것으로, 이를 위하여 필요한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나 미리 미리 어떠한 시설이나 활동을 준비하는 것을 포함한다.

이러한 개념의 도입은 필연적이기도 하다. 기존에 어떤 기준에 의하여 하수도가 설치되었는데, 기후변화로 인하여 집중강우가 5% 늘었다면 이를 기존시설로 어떻게 감당할 수 있는가? 거미줄처럼 지하에 깔려있는 하수도를 모두 들어내어 5%만큼 크기를 늘릴 수는 없다. 더군다나 앞으로 10년후에 또 다른 5%가 증가된다면 그때 가서 또다시 도시를 온통 파헤쳐 놓을 수는 없다.

그렇다고 미래를 대비한다며 무조건 큰 시설을 설치하여 국민의 세금을 낭비할 수는 더더욱 없는 일 아닌가. 탄력적 홍수방어는 단순히 하천이나 하수도 시설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시민의 능동적 참여를 강화하고 정책적으로는 전방위적 대책을 수립하여 시행하는 것이다. 시민들의 능동적 참여는 각종 교육과 훈련, 보험, 홍수 위험지도나 예경보 시스템 등의 개선을 통하여 이루어진다.

또한 도시계획이나 유역계획수립시나 신도시 건설을 할 때 적절한 저류시설을 설치하게 한다든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각종 정책적 보조나 인센티브를 통하여 빗물저류조를 설치하거나 지하 침투를 증가시키기 위한 조치 등과 공원이나 빈공간 활용 등을 통한 극한 홍수에 대비하는 모든 조치를 포함한다. 특히, 중요 시설 위치의 재조정, 범람지역 감소를 위한 블록화 등 새로운 패러다임의 논의와 적용이 요망된다.

불확실성 속에서도 미래를 예측하고 미리미리 대비하여 각종 사회간접시설을 차근차근 준비하는 일과 미래를 보다 더 현명하게 예측하고 이에 맞는 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하는 일이야말로 미래를 위한 가장 중요한 투자임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