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헌에게 '죽음의 릴레이 방망이'를 넘겨주기로 약속이라도 한 듯이 '바다가 육지라면'을 애수 띤 가락으로 청승맞게 부른 조미미도 하루 먼저인 9일 영면(永眠)에 들었다. 식도암의 최헌이 1년여의 죽음 고생을 했다면 조미미는 단 한 달 전 간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녀는 암 판정 직전까지도 KBS '가요무대'에서 '바다가 육지라면' '눈물의 연평도' 등을 부르지 않았던가. 1970~80년대 대중의 찌든 삶에 큰 위안이 됐던 두 대형 가수, 나이도 65세 64세 한 살 차이로 하루 사이에 세상을 뜬 것이다.
세계보건기구 산하의 국제암연구소(IARC)는 지난 6월 1일 '세계 암 환자가 2030년까지 75% 이상 증가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 안에 그야말로 신묘한 암 예방 신약이라도 개발되지 않는다면 암에 걸리지 않는 게 복권 당첨만큼이나 어려워질지도 모른다. 어쨌든 하늘나라에도 좀 있으면 벽오동 한 잎 두 잎 떨어질까 아닐까. 하늘나라엔 바다가 없어 '육지가 아닌 바다가 원수'라는 노래를 더 이상 부를 것도 없이 내키는 대로 뭍에 오를 수도 있을지 모른다. 둘이 하늘나라 신민(新民)으로 만날 수 있을까.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