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 저장고 하나만 갖춰놓고 슈퍼마켓이라고?'

술과 여자를 제공하는 '불법 노래방'으로 변질, 운영되고 있는 노래영상제작실들이 업소에서 술을 판매할 수 있었던 것은 현장점검도 없이 주류 의제판매면허를 내주는 세무당국 덕분(?)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업자들은 슈퍼마켓과 동일한 주류 판매 면허로 '가정용' 주류를 유통시키고 있지만 세무당국은 이같은 사실도 파악하지 못해, 지금껏 단속 실적도 전무한 것으로 드러났다.

노래영상제작실은 업소 한 귀퉁이나 가게 주변에 슈퍼마켓을 개업하는 것처럼 서류를 꾸며 관할 세무서에 신고한 뒤 주류 판매면허를 얻는 수법으로 술을 팔고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경기도내 A세무서가 관할 구역 노래영상제작실 24곳을 조사한 결과, 같은 건물이나 그 주변에 소매업(슈퍼마켓)으로 신고돼 주류면허가 나간 곳이 20여곳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세무서는 이들 업소 대부분이 변칙 영업중인 노래영상제작실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같은 상황이 가능했던 것은 세무당국이 주류 의제면허가 나갈 수 있는 소매업(슈퍼마켓) 사업자등록증 발급 업무를 현장 확인도 없이 민원실내에서 즉시 처리해 주는 업무로 분류해 놓았기 때문인데, 일부 영상제작실 업자들은 이를 악용, 업소안에 대형 냉장고 하나만 갖춰놓고도 슈퍼마켓인 것처럼 주류 판매면허를 받을 수 있었다.

더구나 세무당국은 영상제작실에서 소매점 주류 면허를 갖고 '가정용' 술을 업소에서 판매하는 것이 명백한 주세법 위반이라는 입장을 보이면서도, 지금껏 단 한번도 영상제작실을 단속한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장의 불법 사실을 제때 파악하지 못한데다,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적극적인 단속을 펼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관련 규정에는 영상제작실이 불법으로 술을 판매해도 1차 적발시 벌과금 50만원, 2년 이내 중복 적발시 100만원만 부과하고 있어, 솜방망이 규정이 불법 행위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A세무서 관계자는 "원래 골프연습장이나 노래연습장 등은 1년에 2차례씩 현장 일제단속을 펼치는데, 그동안 노래영상제작실이 불법으로 술을 판매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몰랐다"며 "주류 면허를 현장 확인없이 발급하는 것은, 소매점 사업자등록증 발부 업무를 '즉시' 업무로 분류한 내부 규정을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최해민·김민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