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최근 두 차례 경기부양책을 내놨다. 미국ㆍ유럽 등도 곧 추가 부양에 나설 태세이다.
금통위는 7월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한 박자 쉬며 금리 여력을 확보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결정을 비판하고 나섰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상저하저'를 넘어 '상저하추'로 악화할 수 있는 점을 고려하면 2%대 성장을 막을 마지막 기회를 놓쳤다는 이유에서다.
◇한은 "7월 금리 인하 효과 더 지켜본다"
기준금리 동결의 표면적인 이유는 두 달 전 금리 인하의 효과를 더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한은은 지난 7월 기준금리를 연 3.25%에서 3.0%로 0.25%포인트 내렸다. 기준금리 변동의 효과가 실제로 나타나려면 적어도 석 달은 기다려야 한다.
특히 기재부가 내놓은 5조9천억원 규모의 경기부양책은 한은의 시간을 벌어줬다.
현대경제연구원 임희정 연구위원은 "기재부의 거시정책으로 한은은 한두 달 더 지켜보며 금리 여력을 비축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소비심리는 미약하나마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 7월 중 전월 대비 소매판매 증가율(3.4%)이 2009년 5월(4.1%) 이후 가장 높았다.
7월 설비투자와 건설투자도 전월 대비 2.5%, 6.8%씩 증가했다. 다만, 광공업생산과 수출은 크게 부진했다.
그간 가계 이자 경감을 이유로 금리 인하 목소리가 높았지만 최근 가계부채 증가세는 크게 둔화했다. 금융권에서도 '세일앤드리스백' 등 가계부채 대책을 내놨다.
금리를 내리기엔 물가도 불안하다.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1.2%로 12년3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그러나 무상보육 등 정책효과가 내년 초 사라지는데다 공공요금 인상, 국제곡물가격폭등 등 물가 악재가 도사린다.
대외 여건 역시 기준금리 인하와 반대로 움직였다.
12일 독일 헌법재판소가 유로존 상설 구제기금인 유로안정화기구(ESM) 설립을 합헌으로 결정하며 유럽중앙은행(ECB)의 국채 무제한 매입 계획에 힘을 실어줬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이날 추가 양적완화(QE3)를 결정할 것으로 시장은 기대한다.
SK증권 염상훈 연구원은 "이(양적완화 결정)보다 먼저 우리가 금리를 내리는 것은 성급한 결정일 수 있다"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경제연구부문장도 "이들의 경기부양책에 우리 경제도 영향을 받으니 한은으로선 일단 지켜보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상저하저' 아닌 '상저하추'…"실기론" 비판도 등장
그러나 이날 금리 동결은 경제 성장엔 악재다.
7월 한은이 전망한 올해 경제성장률은 연 3.0%이지만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2%대 저성장이 확실시된다.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은 7~8월간 '쇼크' 상태다. 수출은 7월 전년 동기 대비 8.8%, 8월 6.2%씩 줄어들었다. 광공업 생산도 두 달째 마이너스(-)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했지만, 일부 투자은행에서는 1%대 성장까지 점쳤다.
내수는 여전히 바닥을 긴다. 소비자 심리를 보여주는 소비자동향지수(CSI)는 8월 99로 오히려 기준선(100) 아래로 떨어졌다. 경제상황을 비관적으로 보는 소비자가 더 많아졌단 의미다.
기재부의 경기부양책에 한은이 손을 놓을 상황이 아니란 지적도 있다. 돌려줄 세금을 걷지 않는 정책이라는 이유에서다.
임희정 연구위원은 "한은이 기재부의 실물정책과 발을 맞췄다면 정부의 경기부양 의지를 일관적으로 보여주며 부양 효과가 가산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국채금리가 기준금리보다 더 낮은 '금리역전' 현상이 이어지는 점 역시 우려스럽다. 12일 현재 국고채 3년물 금리는 2.8%로 기준금리보다 0.2%포인트나 낮다. 전문가들은 한은의 이날 금리동결 결정이 실기론 비판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대로라면 한국 경제가 '상저하저'는커녕 '상저하추'의 모습이 될 것이 확실시된다는 이유에서다.
신민영 부문장은 "경기가 더 악화하면 한은이 금리 인하 시기를 놓쳤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명활 금융연구원 국제거시금융실장도 "내달까지 금리를 내리지 않으면 한은이통화정책을 수행하는데 '과도하게 신중하다'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