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학교급식 집단 식중독 사태의 원인이 '김치'로 좁혀지고 있는 가운데(경인일보 9월13일자 23면 보도), 해당 업체의 김치를 납품받았던 신현중과 신현고에서 지난 4월 식중독 사고가 났을 당시 보건당국의 역학조사가 엉터리로 이뤄진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또 질병관리본부 홈페이지에 공개돼 있던 신현중·신현고 역학조사 결과 자료가 최근 갑자기 사라져 그 배경에 대해서도 의혹이 일고 있다.
지난 4월 25일 서구 신현중에서 발생한 식중독 사고에 대한 인천시보건환경연구원(이하 연구원)의 역학조사 결과보고서를 보면, 겉절이 배추김치에서 식중독을 일으키는 '클로스트리듐 퍼프린젠스'란 병원체가 검출됐다. 당시 신현중에서는 학생과 교사 등 41명의 환자가 발생했는데, 절반 이상인 28명(학생 18명, 배식원 7명, 조리종사자 3명)에게서 이 식중독균이 발견됐다.
연구원은 평가의견으로 '원인 병원체는 역학적인 여러 상황을 고려할 때 클로스트리듐 퍼프린젠스로 추정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황색포도알균과 노로바이러스 등 일부 다른 병원체들도 발견되면서 '감염원 불명'이란 어정쩡한 결론을 내렸다.
신현고에서는 식중독 원인이 노로바이러스에 오염된 지하수로 추정됐으나, 정작 지하수에 대한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 신현고는 4월 20일부터 44명의 환자가 발생했는데, 노로바이러스가 검출된 환자가 21명이었다. 김치에선 노로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았으나, 해당 업체의 지하수 검사는 건물주의 반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신현고도 감염원 불명이란 결론이 내려졌다. 연구원은 이들 두 학교의 감염원을 명확히 밝히지도 못한 채 식중독 발생 장소를 학교로 추정, 결국 애꿎은 영양사만 1개월 면허 정지 등의 처분을 받게 됐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식중독 역학조사 결과는 질병관리본부 등으로 보고되고, 그 자료는 홈페이지에 공개된다. 그런데 최근 인천·경기지역에서 식중독 사고가 동시 다발적으로 터진 뒤 질병관리본부 홈페이지에 게시돼 있던 신현중·신현고 역학조사 결과 자료가 갑자기 없어졌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번 식중독 사태의 원인으로 같은 업체의 김치가 또다시 지목되면서 당시 보건당국의 부실한 역학조사 결과를 숨기려했던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인천시의회 교육위원회 노현경 의원은 13일 시교육청을 상대로 한 본회의 질의에서 이 같은 의혹들을 제기하며 "신현중·고 식중독 원인이 명확히 확인됐으면 이번 사고가 나지 않았을 수 있었던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신현중은 김치와 환자에서 동일한 식중독균이 나왔지만 법정 기준치를 약간 밑도는 수치여서 원인 병원체로 특정할 수 없었다"며 "신현고의 경우 당시 지하수 채취 업무는 지자체에서 맡은 사항이다"고 말했다.
/임승재기자
"엉터리 역학조사가 '식중독 대란' 불러"
5개월전 '감염원 유력 김치' 사용 학교 수십명 발병
보건당국, 두차례 모두 '원인 불명' 어정쩡한 결론
노현경 시의원 "조사 제대로 했으면 사고막아" 지적
입력 2012-09-13 23:27
지면 아이콘
지면
ⓘ
2012-09-14 23면
-
글자크기 설정
글자크기 설정 시 다른 기사의 본문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가
- 가
- 가
- 가
- 가
관련기사
-
"인천 학교 식중독 김치업체 조사부실로 재발"
2012-0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