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50년 9월15일 오전 6시33분. 인천 월미도 앞바다에서 '인천상륙작전'이 펼쳐졌다. 이 작전은 이미 15일 0시께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은밀히 진행되고 있었다. 바로 팔미도에서다.
6명으로 구성된 미 극동군 사령부 소속 첩보부대는 인민군이 장악하고 있던 팔미도에 잠입, 적을 섬멸한다. 그리고 팔미도 등대에서 불빛이 켜진 뒤 작전 개시 명령을 기다리던 전투 함대들이 월미도를 향해 일제히 함포사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美첩보부대원으로 월미도 잠입
현지정찰 작전실행 결정적 역할
美훈장 4개 불구 아는사람 없어
한국에서도 제대로된 평가 받길
인천상륙작전의 신호탄이었던 이 팔미도 탈환 작전에 한국 군인들이 있었다. 그 중에는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 연정 소령이 있었다.
인천상륙작전 기념일을 앞둔 지난 10일 원로 사진작가인 김석배(87)씨가 경인일보로 찾아왔다. "팔미도 탈환 등 인천상륙작전의 비화와 옛 친구인 연정 소령의 숨은 공적을 알리고 싶다"고 했다.
김씨에 따르면 연정은 경기중학교를 졸업하고 일본에서 유학생활을 하다 해방 이후 귀국해 해군 장교로 임관했다. 1949년 인천해군기지사령관으로 부임했다가 중공군과 내통한다는 누명을 쓰게 되자 일본으로 밀항한 뒤 미군 첩보부대원으로 활동하게 된다.
인천상륙작전 계획은 미 본국의 반대로 물거품이 될 위기에 있었다. 연정은 UN군 총사령관인 맥아더의 명령을 받고 덕적도를 거쳐 월미도로 잠입, 해안포 등 인민군 동태를 파악했다.
김씨는 "연정의 현지 정찰이 인천상륙작전 실행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며 "당시 연정의 연락을 받고 인천에서 만나 상세한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고 했다. 자신은 이때 연합신문과 동양통신 국방부 출입기자로 잠시 활동중이었다고 했다.
팔미도 작전의 숨겨진 비화도 소개했다. 김씨는 이 작전을 수행한 부대를 미 극동군 특수정보 공작기관인 캐논기관 소속 특공대라고 칭했다. 그는 "특공대는 팔미도를 점령하고 막상 등대 불을 켜려는데, 점화장치가 말을 듣지 않는 당혹스러운 상황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 작전에 참가했던 유진 클라크 대위의 수기인 'The Secrets of Inchon(인천의 비밀)'에서도 당시 긴박한 상황이 상세하게 묘사돼 있다. 특공대가 팔미도에 상륙했을 때가 15일 0시30분이었다. UN군 사령부에서 등대 불을 켜줄 것을 요청한 시각이었다. 클라크는 낙담할 수밖에 없었다. 연정이 클라크의 팔을 잡고 가파른 언덕길을 달리기 시작했다. 0시50분 등대 불을 밝힌 뒤 클라크는 그대로 뻗어 버렸다. 잠시 뒤 인사불성이던 그를 연정이 깨우며 바다 쪽을 가리켰는데, 거대한 함선이 어렴풋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클라크는 "우리가 그들에게 (인천상륙작전에 필요한) 충분한 정보를 줬을까? 정확할까? 갑자기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고 회고했다.
김씨는 연정이 미국에서 받은 각종 훈장 사진들을 꺼내보였다. "연정이 죽자 그의 부인이 미국 은성무공훈장 3점과 공로훈장 1점을 전쟁기념관에 기증했어요. 아직까지 우리나라에 연정을 제대로 평가하고 기억해 주는 이가 없어 안타깝습니다."
/임승재·홍현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