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가 '인혁당 발언'으로불거진 '박정희 시대' 역사인식 논란에 관해 자신의 기존 입장을 고수하는 방향으로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후보 진영의 핵심 관계자는 18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박 후보는 과거사에 대해 지금까지 할 말은 다했다"고 말해 진전된 발언이 뒤따르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박 후보는 이날 경기 성남 가천대에서 특강을 했지만 주목을 끌었던 과거사 문제는 언급하지 않았다.

   앞서 질의응답 과정에서 질문이 나오면 자연스럽게 의견을 밝힐 가능성도 제기됐으나, 질문도 나오지 않아 결국 이 문제를 비켜간 모양새가 됐다.

   한 당직자는 "박 후보는 이미 당시 인권침해 등에 대해 유감을 표시했고 유가족에게도 사과했으며 만날 용의도 있다고 했다"며 "지금와서 상황이 어떻게 달라지겠는가"라고 반문했다. 할만큼 했다고 판단한다는 것이다.

   박대출 당 공보위원은 이날 박 후보가 지난 2004년부터 최근까지 내놓은 유신체제 등와 관련된 사과 발언 10여건을 소개했다.

   "과거 부정적인 면이 있었고 잘못됐으며 당시 피해입은 분들에게 미안하다고 이미 사과했다", "그 시대 피해보고 고통받은 분들과 가족분들에게는 여러차례 말씀드렸듯 항상 죄송스러운 마음이 있고 진심으로 깊이 사과를 드린다"는 발언 등이 포함됐다.

   박 후보의 가장 최근 입장은 지난 12일 당 대변인을 통해 발표된 것이다.

   그는 "과거 수사기관 등 국가공권력에 의해 인권이 침해된 사례가 있었고 이는 우리나라 현대사의 아픔"이라며 "피해를 입은 분들의 아픔을 깊이 이해하고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박 후보측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러한 언급이 대선을 앞둔 박 후보에게 과거사와관련한 최종 입장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의 주변 인사들은 대선에서 중도층과 40대 등 핵심 유권자층으로 지지를 확장하기 위해서는 5ㆍ16쿠데타와 유신, 인혁당 사건 등 어두웠던 과거사에 대해 더욱 진정성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핵심 인사는 "진전된 입장을 내놓아 국민에게 진정성을 보이지 않고는 이른바 국민대통합 행보를 해나가기가 힘들다"며 "전태일재단 방문이 삐걱하고 인혁당 논란이 불거진 이래 통합행보의 일정을 짜기도 어려운 형편"이라고 토로했다.

   이상돈 당 정치쇄신특별위원도 이날 "5.16과 유신은 분명히 다른 것이고 유신시절에 있었던 불행한 일에 대해서는 인정과 사과, 화해가 필요하다"며 "박 후보가 좀대범하게 잘못된 부분을 인정해야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업적도 더 빛날 것"이라고 말했다.

   박 후보는 이날 특강에서 역사관을 말하지 않았지만 순탄치 않았던 자신의 가족사를 소개했다.

   그는 "부모님을 흉탄에 잃고 오붓한 가정을 20대때 잃어버려 오히려 가족에 대한 소중함, 행복한 가정에 대한 열망이 강하다", "평탄한 시절이 없었다. 비바람, 번개치고 눈보라 날리고 내 인생에 하루도 편한 날이 없느냐고 쓴 적이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박 후보가 이번에 과거사 논란을 털어내지 못할 경우, 이 사안이 결국 대선까지 이어지는 쟁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