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페리 선박이 정박하는 평택항 여객부두 전경. 여객선이 정박할 수 있는 선석이 단 2개에 불과해 증편 등 늘어나는 여객 수요에 속수무책인 상태다. /하태황기자

동북아 관문인 평택항에 대한 정부의 무관심은 이유없는 홀대에 가깝다. 물류와 여객 모두 국내 최대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현실에 걸맞는 지원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민자사업 추진을 빌미로 '알아서 해라'는 식의 방치 상태다. 반면 인천항과 부산항에 대한 대우는 남다르다. 두 항만에 수천억원을 재정사업으로 투자하며, 밝은 미래를 보장해 주고 있다.

그 사이 평택항은 정부의 양자 신세로 전락하며, 경쟁항들 사이에서 외톨이가 됐다. 이 때문에 지자체와 지역 정치권의 '무능' 때문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재정사업이든, 민자방식이든 2천100억원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신규 국제여객부두 사업은 정부 지원없이는 할 수 없어, 평택항은 더욱 서글픈 상황이다.

■ 포화상태 평택항 = 지난 8월 평택항 국제여객터미널에서 큰 소동이 벌어졌다. 평택항에서 중국 르자오항을 운항하는 일조국제카페리를 이용하는 보따리상(소무역상) 400여명이 탑승인원 확보를 요구하며 승선을 거부한 것. 중국 관광객 증가 등으로 보따리상들의 승선 제한 조치(일 400명)가 이뤄지자, 이에 반발하며 아예 탑승 거부사태가 벌어졌다.

카페리 증편만 돼도 쉽게 해결될 수 있는 일이지만, 2선석에 불과한 평택항 국제여객부두의 열악함으로 망신에 가까운 해프닝이 발생한 것이다.

지난해 한·중 해운회담에서는 폭증하는 평택항 수요에 맞춰 추가 항로개설 논의가 이뤄졌다. 중국측이 한국으로 가는 관광객 증가 등을 이유로 평택항 항로를 확대해 줄 것을 요청했고, 우리로서도 경제효과 유발이 기대되는 희소식이었지만, 시설부족 때문에 불가피한 양해를 구하는 애처로운 신세가 됐다.

2014년 인천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도 평택항 입장에서는 '남의 떡'이다. 산둥성 항로를 통해 중국 관광객에 대한 반사이익이 기대되지만, 현 시설로는 여력이 없다.

■ 부산, 인천만 항인가= 돈 없다는 정부의 핑계로 평택항이 홀대받는 사이 부산항과 인천항은 평택항 신규 국제여객부두 신설에 필요한 2배 이상의 예산을 지원받으며,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갔다. 인천항 국제여객부두 건설사업은 지난 19일 기공식을 가졌다.

인천항에는 5천600억원이 투자돼 15만t급 크루즈 선박이 접안할 수 있는 선석을 포함해 카페리 3만t급 7선석, 국제여객터미널 1동을 개발하게 된다. 2014년 7월까지는 8만t급 크루즈선의 접안이 가능한 부두도 개발된다.

정부는 이 사업으로 인천지역에 7천100억원의 생산유발 효과와 5천200여명의 취업유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은 기공식에 참석해 "정부의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부산항에도 2년 후면 10만t급 크루즈선이 접안할 수 있는 크루즈부두와 국제여객부두 공사가 최근 시작됐다. 566억원의 공사비가 투입되며, 부산항 위상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지역의 기대가 크다.

■ 지자체·정치권은 뭐하나= 평택지역 국회의원인 원유철·이재영 의원은 지난 6월 권도엽 국토해양부장관을 면담한 자리에서 평택항 국제여객터미널 신·증설 등을 강력히 요구했다. 이에 대해 권 장관은 "국토부 소관사항에 대해서는 행정적·재정적으로 적극 지원하겠다.

불편함이 없도록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3개월 후 답보중인 사업 결과로 정부의 거짓 약속과 빈말이 드러났지만 이에 대한 책임 추궁은 없다. 경기도와 평택시도 자유롭지 못하다. 서해안 시대를 외치는 도의 경우 최근 당정협의에서 평택항 신규 여객부두 문제를 현안으로 올리지 않았다. 평택시 역시 국제여객터미널 주변 기반시설 확충 등에 신경을 끄고, 정부의 무관심을 자초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는다.

평택항발전특위까지 만든 경기도의회도 평택항 신규 국제여객부두 건립을 위한 결의안조차 내놓지 못하는 등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평택항 관계자는 "인천의 경우 지역 국회의원과 지자체가 똘똘 뭉쳐 국비 확보를 위해 힘을 모았다"며 "이런 부분에서 경기도는 확실히 대조된다"고 말했다.

/김태성·이경진·민웅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