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헨리 포드가 컨베이어 벨트를 그의 공장에 도입하고 작업과정을 분업화해서 대량생산을 가능케 한 것이 시발점이다. 이를 기념해서 학자들은 소품종 대량생산의 사회현상을 일컬어 '포디즘(Ford+ism)'이라고도 부른다.
이젠 획일화 상품 매력없어
일방적 주택공급도 시대 역행
다양한 형태 주거단지 만들어
소비자가 주도하는 시대올 것
아직도 대규모 택지개발에만
매달리는 정부도 고민해야
산업사회에서 최고의 가치는 효율주의와 기능주의였다. 모든 형태는 기능에 따라 만들어져야 하고, 최소의 비용을 들여서 최대의 편익을 내는 법칙을 생각했기에 정형화된 부품과 자재를 공장에서 대량으로 찍어 내듯이 생산함으로써 비용을 낮추는 방식이 일반화되었다.
후기 산업사회로 접어들면서 이러한 생산 방식은 크게 변화했다. 소비자들의 소득이 올라가고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더 이상 획일화된 상품으로는 그들의 다양한 요구와 선호도를 충족해 줄 수 없기 때문이다. 소품종 대량생산방식이 다품종 소량생산방식으로 전환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다.
주택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주거양식으로 자리 잡은 아파트는 1960년대 처음 도입된 후 산업사회의 소품종 대량생산 상품으로서 전형적인 특성을 띠고 있다. 규격화된 것도 그렇고 기능성과 효율성의 측면에서도 그렇다. 아파트는 몇 가지 크기와 형태를 가지고 가장 빠른 시간에 대량으로 생산해서 공급이 가능했던 상품이다.
서양에서는 집 없는 극빈층을 위해 임대주택으로 공급되는 아파트가 우리나라에서 이처럼 발전하기까지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생활이 편리하고, 사고팔기가 쉽고, 돈이 된다는 이유 때문이다. 사실 중산층에게 아파트만큼 자산 가치를 높여준 효자상품도 없다. 그런 아파트가 이제 애물단지로 변해 가고 있다.
사고 팔기도 쉽지 않고 돈도 되지 않고 자산 가치를 높여 주기는커녕 하우스 푸어의 주범이 되고 있다. 아파트 가격의 급격한 하락은 소유주의 개인적인 문제로만 끝나지 않는다. 아파트를 담보로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의 부실화는 물론이고, 급격한 소비 위축으로 경기 침체의 늪으로 빠져 들게 한다. 아파트 소유자의 자산디플레가 심화되면 사회적으로 근로의욕이 급속하게 떨어져서 생산성이 약화되기도 한다.
다품종 소량생산 사회에서 미래의 아파트는 어떻게 될까? 지금은 소비자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차별화되고 개성있는 상품만이 경쟁력이 있는 그야말로 소비자가 주도하는 시장이 되어 버렸다. 아파트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과거 천편일률적으로 규격화된 상품들이 대량으로 생산되어 공급되던 것과는 달리 이제는 다양한 유형의 상품들이 소비되는 시대로 접어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주택시장도 주택사업자 혹은 건설업체가 일방적으로 주택을 공급하던 시대에서 소비자들이 주도하는 시대로 변화하게 될 것이다. 소비자들의 다양한 욕구와 선호도가 주택시장을 주도해 갈 것이고, 공급자는 이들의 수요에 따라 '다품종 소량생산'에 적합한 상품을 내놓게 될 것이다.
과거 신도시, 대규모 아파트단지 공급방식에서 벗어나 중·소규모의 다양한 형태의 주거단지가 조성될 것이고, 획일적인 아파트 상품이 주도하던 주택시장이 다양한 주택상품이 주도하는 시장으로 변화해 갈 것이다. 자산 가치를 중시하는 주택시장도 삶의 질과 거주의 질을 생각하게 되고 생활의 품격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갈 것이다.
이러할진대 아직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보금자리주택단지, 대규모 택지개발사업을 통한 아파트 상품의 양산을 위한 개발 사업을 계속하고 있어 걱정이다.
이제는 주택상품도 다품종 소량생산 방식을 깊이 있게 생각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