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유학생 중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인 유학생들이 한국 대학에서 소외받고 있다. 범죄피해나 안전사고 등의 위급한 상황이 벌어졌을 때 도움을 구할 한국인 친구는 거의 없고, 교수나 강사와의 소통도 단절되다시피한 게 현실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중국인 학생들은 유학기간에 보이지 않는 벽을 쌓은 채 외롭게 대학생활을 보내고 있었다.┃관련기사 3면

경기도와 경기개발연구원이 도내 11개 주요 대학에서 유학 중인 중국인 학생 270명을 상대로 심층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유학생들은 한국인 학생들과 거의 교류없이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중국인 유학생들은 한국인 학생들과의 교류 정도를 묻는 질문에 35.5%가 '별로 교류하지 않는다'고 답했고, 이 중 5.7%는 '전혀 교류가 없다'고 답하기도 했다. 반면 한국 학생과의 '교류가 매우 활발하다'고 답한 경우는 단 4.5%였다.

이처럼 교류가 활발하지 않은 이유로 유학생들은 '문화적 차이'와 '세계관 차이', '성격 차이', '생활습관 차이' 등을 들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도움을 주는 사람으로는 전체의 80%가 '중국인 친구'라 답했고, 한국인 친구가 5명 이상인 경우는 35%에 불과했다. 전체의 65%는 한국인 친구가 겨우 1명에서 많아야 4명이라는 말이다.

교류가 없는 건 교우들과의 문제만이 아니었다. 교수(강사)와의 교류 정도를 묻는 질문에서도 유학생들은 '가끔 소통한다(59.4%)'고 하거나 '거의 소통하지 않는다(22.6%)'고 답했다.

한국 대학에서 교우들에게 소외당하고, 학교로부터도 소속감을 얻지 못하다 보니 유학생활의 만족도도 낙제점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유학생들은 유학 전 기대치가 10점 만점에 7.2점이었지만 유학생활 후 만족도는 5.6점으로 크게 떨어졌다. 설문에 응답한 학생 66.1%가 당초 기대치보다 현재의 만족도가 '크게 낮아졌다'고 답했다. 만족도가 낮다 보니 10명 중 1명은 중국으로 돌아간 뒤 주변에 한국 유학을 절대 권유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경기개발연구원 통일·동북아센터 신종호 연구위원은 "유학생들이 한국 학생들과 소통하지 못해 소외감을 느끼면 그만큼 유학생활의 만족도가 낮아지고, 나아가 반한(反韓)감정까지 갖게 된다"며 "이젠 상처받는 중국인 유학생들을 위한 치료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최해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