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인일보에서 기획보도한 '편법 판치는 노래영상제작실, 유흥주점 또한번의 진화'는 변종 업소의 끝을 보여줬다. 관할구청에 신고서 한 장만 내고 간판만 바꿔 달아 놓으면 그 어떤 법에도 저촉받지 않을 수 있다니 유흥업자들에게는 젖과 꿀이 흐르는 유토피아였으리라.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이 될까'라는 질문에 이번 만큼은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겠다. 술과 여성도우미가 널려 있는 무등록 노래연습장이 뭔가 있어보이는(?) 영상물 제작실로 불리는 데에는 서류 한 장이면 충분했다. 나는 이러한 변종 유흥업소를 보면서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첫째, 세상에 저런 곳도 있다니. 키스방에서 진화한 립다방관련 기사를 본 지 불과 한 달만에 노래연습장의 불법 진화를 또 보게 됐다. 아무리 규제를 해도 변종 유흥업은 끊임없이 생성되고 있다. 이러다가는 PC게임 제작실이 벤처기업으로, 안마소 양성실이 교육기관으로 등록해 변태영업을 하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이 반복되는 사이클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둘째, 법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노래영상제작실은 그야말로 법의 사각지대 안에 있다. 일반 노래연습장과 별다른 특이점이 없는데도, 영상물 제작기 한 대만 가지고 모든 단속에 무사통과라니. 게다가 유흥업으로 분류되지 않아 40%에 달하는 유흥세 납부에서도 자유롭다.

업주들은 태연히 인터넷에 광고를 하고, 경찰관에게도 정당성을 설명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법률은 사건이 모두 끝난 뒤 개정되기 일쑤다. 이미 독버섯처럼 뿌리내린 노래영상제작실도 업주들이 실컷 이득을 챙긴 뒤에나 제재 수단이 생길 것 같아 아쉽고 답답하다.

한시라도 빨리 문화체육관광부, 지방자치단체, 경찰 모두 유기적 협조를 통해 사회 곳곳에 편법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불법 유흥주점들을 뿌리 뽑아줬으면 한다.

/용인시 기흥구 공세동 황정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