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톤 숄츠 / 코리아컨설트 대표
한국은 아름다운 나라다. 곳곳에 숨이 멎을만한 놀라운 곳이 있다. 우아한 긴 해안가며 수묵화를 연상시키는 겹겹이 쌓인 수많은 산들은 사계절 내내 끝없이 변화하는 볼거리를 제공한다. 그러나 이 나라의 아름다움이 매년 사라지고 있어 매우 안타깝다.

한국의 인구 증가는 정체상태지만 도시나 도로 개발은 여전히 한창이다. 1994년 이후 대부분의 시간을 한국에서 보내온 나로서는 예전과 비교해서 가는 곳마다 산천의 모습이 현격히 변화했음을 느낄 수 있다.

자연이 엄청나게 훼손됐고, 가보기 쉽지 않았던 신비롭고 평화롭기까지 했던 외진 곳에는 이제 6차선 고속도로가 생기면서 상업적으로 개발됐다.

개발이라는 괴물에 삼켜진 '보물같은 한국'
자연스러운 하천·산세에 맞는 국도 잃어버려
불편 감수한 자연으로의 발걸음 '희망이길…'

그렇다고 내가 무조건 개발을 반대하는 사람은 아니다. 개발은 필요한 것이며 경우에 따라 새 길이 들어선 것을 반가워하기도 한다. 하지만 주변 산과 들을 관통하며 보기 싫은 흉터처럼 남은 환경이 무시된 채 건설된 새 도로는 본래 한국의 평화로움과 자연스러움을 완전히 파괴하고 말았다.

과연 이 많은 새 도로들이 다 필요하기나 한 걸까? 수 년전까지만 해도 내게는 차가 없었다. 당시엔 오직 내가 갖고 있던 오토바이크나 대중 교통을 이용해 전국을 다니곤 했다. 그래도 보통의 한국인들보다는 한국의 곳곳을 많이 둘러 본 것 같다. 그리고 한국에서 100편이 넘는 사진과 글을 담은 여행기사를 써오며 바이크 투어를 오래 한 덕분에 작은 국도와 비포장도로 또한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최근 내가 좋아했던 국도에는 높은 고가도로를 건설하기 위해 그 길을 가로지르며 곳곳에 어마어마한 기둥이 세워진 것을 봤다. 자주 다녀본 적이 있는 그 길만 하더라도 한 번도 교통체증을 경험해 본 적이 없었다. 자연스럽게 하천과 그 지역의 산세에 맞게 건설된 국도를 왜 마다하는 것일까?

가끔 나는 이 나라에서는 무조건 새로 만드는 것에 대한 독특한 취향이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름답고 성스러운 곳은 차로 쉽게 갈 수 있어야하고 그곳에는 무조건 잠자리와 먹거리가 있어야 한다. 생각없이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한다는 욕심은 주변의 환경과는 전혀 조화롭지 못한 모습으로 모텔과 식당들을 줄줄이 늘어 세워 놓았다.

올해 초여름 독일에서 오신 어머님을 모시고 가족여행으로 홍도에 갔다. 외진 아름다운 돌섬이야말로 단연코 한국의 보물 중 하나다. 그러나 홍도에 가서 보니 숨막힐 절경으로 둘러싸인 그림같이 작고 아담한 항구 한가운데에는 관광객의 편의를 위한다는 미명 아래 어마어마한 규모의 유리와 강철로 이루어진 새로운 여객선 터미널이 세워지고 있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이미 더 이상 세워질 자리도 없이 빽빽하게 들어선 가파른 언덕배기에는 각자의 상업공간들을 알리기 위해 눈이 시릴 정도로 어지러운 간판들이 걸쳐져 있었다. 과연 그저 큰 돈을 버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섬사람 탓으로 돌릴 수 있는 문제일까?

이 귀한 섬이 왜 사람들에게 사랑받는지조차 생각해 보지 않은 정치가 또는 행정가나 개발자들에 의해 쉽게 파괴되어 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니면 찾아오는 관광객들의 취향 때문인걸까? 아무튼 전국의 보물같은 곳들을 찾아 갈 때마다 이미 '개발'이라는 괴물에 하나씩 차례대로 삼켜져 똑같은 환경의 도시 클론처럼 내뱉어진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눈물이 날 지경이다.

어쩌면 이 모든 것이 나만을 위해 환경을 지키려는 그리고 한국에 대한 그저 단순한 낭만적 발상을 하는 어느 괴팍한 외국인의 생각처럼 비춰질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외국인인 나만 그렇게 생각하진 않을 것이다.

지난해부터 전국에 걸쳐 새로운 캠핑지가 이곳저곳 생겨나고 있다. 이런 분위기가 계속될지 아니면 단순한 유행처럼 금세 사라질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

만약 이것이 문화로 자리잡기 시작했다면 편리함 정도는 포기하고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소음으로부터 그리고 바쁘다 못해 쉽게 지치게 만드는 도시 생활에서 자연을 느껴보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어가는 추세임을 보여주는 미래 한국 자연 생활에 대한 희망이라고 여기고 싶다. 만약 그런 것이 아니라면 30년 뒤엔 내 아들이 자신의 유년기에 보았던 한국의 자연을 과연 볼 수나 있을까하는 두려움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