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서 경험한 바와 같이, 유치를 위한 주민들의 열망은 결정권자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유치하고자하는 사무국의 역할이 무엇이고 의사결정권자들은 무엇을 중심으로 위치를 결정하는지를 충분히 파악하는 일이다.
원래 GCF는 2010년 12월 기후변화 당사국 회의에서 기후변화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전세계의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는 컨센서스 아래 시작되었다. 당시 회의에서는 개발도상국의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적응을 위해서는 선진국의 지원이 필요하다는데 인식을 같이 한후 그 다음해인 2011년에 GCF사무국을 창설하는데 의견을 같이 하였다.
이들은 매년 1천억달러씩 총 8천억달러(900조원 규모) 규모의 GCF를 조성하기로 했다. 이는 8천450억달러로 알려지고 있는 IMF에 버금가는 규모이다. 이와같은 기금을 모으고 또한 운영하기 위해서는 사무국이 필요한데 이번에 GCF사무국을 어느 곳에 위치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일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인천을 비롯하여 독일의 본, 스위스의 제네바 등 6개 도시가 유치를 위한 각축을 벌이고 있다.
이와같은 국제기관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결정귄자들에게 명분과 실리를 충족시켜 주어야 한다. 우선 실리적인 면을 본다면 각 도시에서 제시하는 경제적인 기여도가 큰 것을 우선시 할 것이다. 인천에서는 매년 수백만달러의 사무국 운영비 지원과 건물의 무상사용을 약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독일의 본과 스위스의 제네바도 역시 유사한 지원을 약속하는것 같다.
그러나, 이와같은 경제적인 기여도는 향후 사무국 유치에 따른 유·무형의 경제적인 혜택과 맞물려 있다. 따라서, 무작정 지원금을 늘리기도 어려운 실정이고 이에 대한 경쟁은 어느 정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 다음은 명분이다. 왜 이 지역에 사무국을 설치하는가에 대한 문제이다. 사무국 입장에서 본다면 사무국에 근무하는 구성원들이 불편함 없이 가족과 함께 생활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고려사항이 될 것이며, 기금 사용이 예상되는 개도국과 불편함 없이 왕래하고 의사소통하기가 좋은 장소를 선호할 것이다.
물론, 각각의 도시에서는 이에 대한 장점을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명분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무국이 위치할 도시가 그야말로 기후변화 문제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고 이를 위한 역할이 있느냐는 것이다. 사무국을 단순히 사무만 보는 것으로 인식하지 말기를 바란다.
사무국이 위치한 곳이 기후변화와 관련한 정책을 결정하거나 사업을 할 때 벤치마킹할 수 있는 장소라면 더 할 수 없이 좋은 장소이기 때문이다. 2015년 대구에서 개최될 세계물포럼 유치때의 경험은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개최장소로 제안한 '대구·경북'의 대표단은 세계물위원회 집행이사들로부터 '왜 대구·경북인가?'에 대한 질문에 곤경을 치렀다.
부랴부랴 '낙동강 물 문제 해결'과 '물산업단지 육성' 등이 제시되었다. 인천을 설득력 있게 홍보하려면 GCF 기금의 목적중 하나인 온실가스 저감을 위해 실시한 노력과 향후 실효성 있는 계획을 제시하여야 한다. 그러나 이와같은 노력은 지자체 차원만으로는 실효성이 매우 작다.
나머지는 기후변화 적응 부분에 초점이 맞추어진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기후변화에 따른 영향이 큰 물 문제 해결을 위한 챔피언 도시로 지정된 것과 이를 위한 과거의 노력과 미래의 계획이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아울러, 기후변화 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국가가 함께 노력해 나갈 과제이며, 정부, 산업계 및 시민들이 함께 노력해야만 풀릴 수 있는 문제이므로, 이른바 거버넌스가 중요한 달성수단이 되는데 인천이 거버넌스를 통한 문제 해결 노력을 보여주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인천의제21실천협의회, 인천하천살리기추진단 등을 통한 노력 등이 대표적 사례가 될 것이다. 이와같은 거버넌스 사례를 인천에 와서 벤치마킹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고, 다른 도시나 국가에 전파하려는 계획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국제적 관심사업을 유치하는 것은 일회성으로 달성될 수 없다. 설사 달성된다 하더라도 충분한 실리를 갖기 어렵다. 꾸준히 국제사회로부터 인정받는 명분이나 노력이 뒷받침되고 아울러 국가와 지역으로부터의 충분한 지원이 담보되는 실리가 보장될때 GCF사무국의 유치도 성공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