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수 /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
최근 기상이변과 작황 부진으로 곡물가격 상승이 우려된다. 2010년 곡물가격 상승에 이어 올해도 6월 중순 이후 이상기후에 따른 작황 부진으로 인해 옥수수·대두 등 국제곡물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세계 최대 옥수수 생산지역인 미국 중서부 콘벨트 지역은 50년만의 가뭄과 이상고온으로 곡물 생산이 감소하고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브라질과 러시아·중국 등 주요 곡물수출국도 가뭄과 폭염으로 밀·대두 등의 생산량이 감소했다.

기상이변·작황 부진 탓
국제곡물가격 상승 우려
韓, 자급률 26% OECD 꼴찌
식량 수급불안, 폭동 등 야기
종자개량·기술혁신 힘 쏟아
제2의 녹색혁명 이뤄내야

농산물 생산 감소와 가격 인상은 전세계적으로 애그플레이션(Agflation)을 유발하고 물가 상승과 함께 경기침체를 가져온다. 또 식량수급 불안은 특정국가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2010년 최악의 가뭄이 발생하면서 러시아는 밀 수출금지 조치를 내렸고 중국과 브라질 등 많은 나라가 식량 수출을 제한한 결과 세계경제에 많은 혼란을 가져왔다. 식량 수급 불안은 폭동이나 사회분란, 정권교체, 국제경기침체 등 도미노 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5위의 곡물수입국이다. 지난해 수입량은 1천422만t, 금액은 53억달러에 이른다. 많은 곡물수입으로 인해 곡물자급률은 26.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중 최하위 수준이다.

다행히 우리의 주식인 쌀은 생산과 공급 여력이 충분하기 때문에 국제 곡물가격 상승시 바로 쌀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품종 개량, 기술개발, 경지정리, 관배수 시설확충 등 전반적인 농업분야에 대한 안정생산 기반이 구축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쌀을 제외하면 기타 곡물의 자급수준은 평균 3.7%에 불과하다. 문제는 사료곡물이다. 조사료의 국내 공급비율이 낮아 많은 물량의 사료곡물을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식량의 안정적 확보야말로 예로부터 가장 주요한 국가적 과제였다. 공자는 정치의 기본을 '식량을 풍족히 하는 것(足食)'이라고 강조하였다. 정조대왕은 화성 주위의 땅을 개간하여 대규모 국영농장을 만들고 수원 외곽에 대규모 저수지 만석거(萬石渠)를 파는 등 농사를 중요시했다.

식량 위기는 오래전부터 예고되었다. 인구학자인 토머스 맬서스는 1798년에 '인구론'을 통해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하는데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고 식량 위기를 예견했다. 최근까지도 많은 학자들이 인구 증가에 대비한 식량위기를 경고하고 있다. 문제는 식량위기 상황에 알맞은 대책을 세우는 것이다.

식량위기는 극복할 수 있다. 종자 개량, 재배여건 개선 등 기술 혁신과 경지면적 확충, 생산기반 구축 등을 통해 식량 부족을 해결할 수 있다. 미국 농업학자인 노먼 볼로그는 밀 종자 개량을 통해 농작물 생산량을 획기적으로 증대시켜 개발도상국의 식량 혁명을 이뤄냈다. 우리도 1970년대 통일벼 개발을 통해 쌀 생산을 획기적으로 증대시키고 고질적인 보릿고개를 극복한 경험이 있다.

최근 국제적인 식량위기가 우려되면서 '제2의 녹색혁명'이 필요하다고 한다. 기상이변이 속출하고 곡물 수요가 급등한 상황에서 제2의 녹색혁명으로 안정적인 먹을거리를 확보하는 것은 다가오는 통일에 대비해 7천만 민족의 명운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연구 개발과 기술혁신에 더욱 매진하고, 농업기반을 재정비하여 식량안보를 구축해야 한다. 국내 상황이 어려우면 해외 식량기지도 개발해야 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지난해 민관 합동으로 미국 시카고에 AGC(aT Grain Company)를 설립했다. 곡물가격 상승과 식량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국제곡물사업은 진입장벽이 높고 천문학적인 자금과 시설투자가 필요하며, 전문인력 양성 등 종합적인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 공사는 곡물사업의 중요성을 감안, 단기실적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방안을 추진할 것이다.

우리는 녹색혁명을 통해 식량자급을 이뤄냈고 경제발전의 토대를 닦았다. 이제는 제2차 녹색혁명을 통하여 국가안보를 지켜나가야 한다. 제2의 녹색혁명을 위해 국민적 지혜를 모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