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까지 경기도에 재직했던 한 고위 공직자는 얼마 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10여년 전 미국 유학 당시의 한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당시 함께 유학중이던 동료 공무원이 잠든 아기를 집에 두고 가게에 다녀왔다 '아동학대'로 신고당해 감옥에 갈뻔 했지만, 미국 해당 지자체에선 '가난한 유학생'이라는 사실을 인정, 동료에게 체류하는 동안 아기의 분유값과 기저귀 등 유아용품을 지원했다는 사연이었다.
그러면서 이 공직자는 우리나라였다면 상상도 할 수 없을 일이 미국에선 가능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외국인 유학생들에 대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상처받는 국내 외국인 유학생들에 대한 치유의 노력들이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선진 외국의 유학생 지원 제도와 비교할땐 크게 미흡하지만 일부 학교와 지역에선 고유의 유학생 보듬기 프로그램들이 '그들만의 축제'를 넘어 한국 학생과 함께 호흡하는 소통의 장으로 발전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오후 3시께 성남 소재 가천대학교 글로벌캠퍼스 스타덤 광장. 무대를 중앙에 두고 둘러앉은 600여명의 한국 학생과 외국인 유학생들이 신명나는 사물놀이에 푹 빠져 일제히 어깨춤을 추었다. 이어진 태권도학과 소속 학생들의 태권도 시범에선 발차기가 허공을 가를 때마다 환호성이 울렸고, 우렁찬 기합소리와 함께 맨주먹에 송판이 반토막나는 모습에 연방 탄성이 터져 나왔다.
무대 주변엔 중국을 비롯, 베트남·일본 등 각국 유학생들이 고유의 전통음식을 준비해 행사 관람객들에게 나눠줬고, 전통 의상을 입은 유학생들이 전통 음악에 맞춰 춤사위를 보이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송편을 빚어 관람객들에게 나눠주던 유학생 우위청(23·여)씨는 "한국에서 맞는 두번째 추석인데 이렇게 큰 행사에 참여하게 되니 이제야 학교에 소속돼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추석을 맞아 향수를 느낄 외국인 유학생을 위해 가천대가 마련한 '외국인유학생 한가위 잔치'로, 올해로 벌써 8번째를 맞았다. 학교측은 매년 추석을 앞두고 유학생들에게 송편을 나눠주던 정도인 행사를 올해 처음으로 대대적인 행사로 확대시켰다. 가천대가 올해를 유학생 보듬기 '원년'으로 선포한 것은 유학생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이길여 총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가천대 한중협력팀 권병구 팀장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름뿐이던 행사가 올해는 학교의 유학생 지원 정책에 따라 대대적으로 추진됐다"며 "관심받지 못해 소외당하는 유학생들을 보듬기위한 학교의 첫번째 발걸음이라고 봐도 된다"고 자평했다.
/최해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