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장환 / 용인문화원 사무국장
수지레스피아는 수지구 일대의 하수를 처리하는 용인에서 가장 큰 규모의 하수 처리장이다.

회복과 재생을 의미하는 Restoration과 낙원이라는 의미의 Utopia를 합성하여 레스피아(Respia)가 되었고, 여기에 공연장 시설인 아트홀(Art hall)이 건립되면서 레스피아(Respia)와 합성하여 '용인 아르피아(Arpia)'가 되었다.

즉 '용인아르피아'는 시설 본래의 하수처리 기능과 이를 활용한 시민문화체육 기능이 조화된 다목적 공간으로서의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개관을 앞두고 있는 포은아트홀은 '용인아르피아' 내에 신축된 용인시 최대 규모의 공연장 시설로 1천244석의 관람석을 갖춘 예술공간이다.

그런데 '포은아트홀'이라는 명칭에 대하여 일부 시민들 사이에 부정적인 견해가 있는 것 같다. 즉 포은선생이 예술가도 아니고 아티스트도 아닌데 용인시에서 수백억원을 들여 건립한 공연장에 왜 '포은'이라는 특정 인물의 호를 따서 명칭을 정했는가 하는 것이다.

물론 포은 선생이 현대적 개념으로 보면 예술가도 아니고 아티스트란 말은 어울리지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는 역사적 맥락 속에 숨겨진 많은 인물들의 진면모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고려시대나 조선시대에는 예술가니 아티스트니 하는 용어는 아예 없었다.

중요한 것은 당시에는 학문과 예술이 불가분의 관계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인식되어 모든 선비는 시서화(詩書畵) 뿐만 아니라 음악에도 전문가 못지않은 조예를 가져야 했고 사회적으로도 그것이 요구되었다. 때문에 학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예술가의 범주에 속할 정도로 뛰어난 예술적 재능을 가졌거나 업적을 남긴 사람들이 수없이 많다.

포은 선생의 예술적인 면을 구태여 내세우지 않더라도 공연장의 명칭을 사람의 이름이나 호를 따서 지은 경우는 얼마든지 있다. 호암아트홀, 소월아트홀, 장보고공연장 등이 그것이고 외국의 대표적인 사례가 마린스키발레단으로 유명한 러시아의 마린스키극장이 있다.

포은아트홀은 그 위치와 주변 여건이 포은 선생과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있다. 포은선생이 복권되어 고향인 경상도로 천장(遷葬)을 하던 중 명정이 날아갔다는 위치가 포은아트홀 주변이며 그로 인해 선생의 묘소가 모현면 능원리에 이장되었고 이곳을 관통하는 43번 국도의 명칭도 '포은대로'이다.

그렇다면 '충무로-충무아트센터'와 '포은대로-포은아트홀'이 다를 것이 무엇인가 ? 중요한 것은 '탈 고정관념, 발상의 전환'이라 생각된다. 오늘날 지자체마다 경쟁을 하듯 사소한 역사적 사실이나 지역과의 연관성을 확대하고 스토리텔링화 하여 지역의 문화 콘텐츠로 개발함으로써 문화적,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문화시설 명칭 하나에도 지역을 특성화하고 차별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포은아트홀'이라는 명칭은 그 자체로서 하나의 마케팅이며 다른 지자체와 문화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고도의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아트홀의 명칭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속에 담겨질 내용물인 소프트웨어이다. 끊임없는 콘텐츠 개발로 시민관객 확보는 물론이고 수도권 관객까지 흡수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공연을 제작하기 위한 차별화 전략을 세우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우리 지역의 역사, 문화, 관광 등 지역 고유의 문화 콘텐츠를 개발하여 용인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시민들 간 문화적 동질성을 갖게 하는데 문화가 그 매개 역할을 해야 한다. 즉 공간으로서의 통합기능과 지역의 가치를 생산하는 창조적 문화 활동 거점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