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여교사 익명 투서사건'이 교육계 깊숙히 자리잡고 있던 각종 부조리와 병폐를 알리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일부 학교 관리자들의 경우 우월적 지위를 악용한 온갖 횡포와 부절적한 처신이 실명과 함께 거론된 또 다른 투서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어느 교사는 노현경 인천시의원에게 보낸 투서에서 B학교 교감의 실명을 대며 소위 자기 사람을 승진시키려고 업무를 경감시켜 주는 등 근평을 관리해 주고 있다고 했다.
만약에 한 교사의 남편 또는 아버지가 현직 교장이거나 교육청 장학관(장학사 등)인 경우 근평·포상·업무경감 등에서 특혜를 받는다고도 했다. 교직원 명부 비고란에 이런 인맥이 없는 이른바 '비고점'인 교사는 승진을 못한다는 얘기가 공공연하다는 것이다.
잇따른 교육계 투서와 관련해서도 신뢰 여부를 놓고 말이 끊이지 않고 있다. 몇 개월 전 인천시교육청과 노현경 의원에게 3차례에 걸쳐 보내진 한 여교사의 익명 투서 내용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교육계 안팎에서는 "터질 게 터진 것이냐"며 술렁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때만 해도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이 많았고, 심지어 시교육청 한 관계자는 "소설이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우여곡절 끝에 시교육청은 여교사 익명 투서사건 이후 공립 초·중·고교 교사 1만7천583명(응답자 1만4천999명)을 대상으로 학교 관리자들의 회식 강요, 성희롱·성추행 피해 등을 설문조사했다. 이 조사에서 여교사의 익명 투서가 일부 사실로 확인되면서 적잖은 충격을 줬다.
하지만 극히 소수인 학교 관리자들의 부적절한 처신이 마치 교직사회 전체의 문제로 비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로 인해 정작 학교 관리자가 된 여교사들의 명예가 실추되고, 많은 교사들이 승진에만 연연하는 것처럼 보여져 사기가 떨어졌다는 지적도 있었다.
시교육청은 강도높은 감사를 준비 중이다. 시교육청이 자체 설문조사를 벌이며 성추행 등 피해응답이 나온 학교 명단을 따로 관리한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무기명 설문조사의 한계가 있다. 피해자와 가해자가 누구인지 모르고, 조사 과정에서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도 있어서다.
노 의원에게 우편 등으로 보내진 투서 중에는 실명이 거론된 학교 관리자들이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 의원은 "내부고발을 한 교사들의 신상이 드러나지 않는 선에서 일부 투서를 공개하고, 이를 시교육청 감사에 활용토록 할 것이다"고 했다.
향후 사법기관의 수사가 불가피한 투서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계 한 인사는 이에 대해 "마녀사냥식으로 끝나선 안 된다"며 "근평과 승진구조를 개선하는 등 근본적인 처방이 뒤따라야 한다"고 했다.
/임승재기자
근평·승진구조 개선 '근본적 처방' 뒤따라야
'여교사 성추행 투서' 계기 교육계 병폐 뿌리 뽑을수 있을까
"터질게 터졌다" 반응속 일부의 부정 '전체문제' 확대 비판
인천시교육청 강도높은 감사 준비… '마녀사냥' 경계 목소리도
입력 2012-10-07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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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08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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