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정신병동이 붐비는 것인가. 세계보건기구(WHO)는 9일 '우울증 환자가 3억5천명, 그로 인해 매년 100만명이 자살한다'고 발표했고 같은 날 한국에선 'OECD 국가 중 정신병동 증가율이 최고'라는 뉴스가 나왔다. 모든 질병의 시작과 끝이 '우울증'이다. '우환(憂患)'이라는 말뜻을 질병으로 알기 쉽지만 '근심 우' '근심 환'자가 우환이다.
'우울증(憂鬱症)'이라는 말도 '근심 우'자에다 '답답할 울, 우거질 울'자다. 영어 멜런코리아(melancholia) 또는 하이포콘드리아(hypochondria)도 '신경질적인 불쾌, 불안, 공포감을 수반하며 경미한 질환을 과대하게 우려하는 정신 상태'라는 게 의학적인 정의다.
중국엔 '우울'보다도 더한 '걱정하고 두려워한다'는 뜻의 '우공(憂恐:여우쿵)'이라는 말은 있지만 '우울'이라는 말은 쓰지 않는다. 그만큼 우공 환자가 많다는 것인가.
삶의 시작~끝이 번뇌의 터널이다. 불교에선 마음이 괴로운 번뇌가 108가지(백팔번뇌)라고 했다. 아무리 손가락 꼽아봐야 열 가지를 넘지 않을 것 같은 괴로움의 종류가 108가지나 된다고 했고 그 정도로 끝도 아니다. 번뇌에 관한 석가모니의 법문은 무려 8만4천 가지다. 도대체 무슨 번뇌가 8만4천 가지라는 것인가.
그게 아니더라도 '천수만한(千愁萬恨)'―'천 가지 근심과 만 가지 한'이라고 했고 고해(苦海), 고륜지해(苦輪之海), 화택(火宅)이라고 한다. 지나친 번뇌를 불타는 집에 비유한 말이 '火宅'이다. 그런 우울과 번뇌를 이기지 못해 자살한 인류사의 위인, 천재, 유명인사는 얼마나 많았던가.
최근만 해도 미국 영화 'Top Gun(1986년)' 감독 토니 스콧(68)이 우울증으로 지난 8월 LA의 빈센트 토머스 다리에서 투신, 자살했고 일본에선 지난달 현직의 마쓰시타(松下忠洋) 금융장관(73)이 자택에서 목을 맸다.
일본방송과 후지TV 아나운서 쓰카코시(塚越孝)도 지난 6월 26일 방송국 화장실에서 목을 매 하늘로 떠났고 57세였다. 어차피 생로병사 4막으로 끝나는 인생 아닌가. 어느 시인은 산문집 서문 첫머리에 이렇게 썼다. '영안실 철제 서랍에 누워 있는 사람보다는 중환자실 침대의 환자가 아직은 행복하다'고….
/오동환 객원논설위원